국립암센터, 2700여명 분석…"적색육·가공육·탄수화물은 발병위험 증가"·

채소, 생선, 버섯, 콩 등이 포함된 한국인의 전통적인 밥상이 대장암 위험을 60%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정선 국립암센터 암역학예방연구부 박사팀은 대장암 환자 923명과 일반인 1천846명 등 2천769명을 대상으로 평소 식습관과 대장암 위험의 상관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의학(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참여자에게 평소 먹는 식재료 106개를 고르게 하고 이 식재료를 영양소 근원에 따라 33개 식품군으로 분류했다.

33개 식품군은 다시 주성분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 한국전통식 ▲ 적색육·가공육·탄수화물 등을 포함한 서구식 ▲ 과일·우유·유제품을 포함한 건강식 3가지 식이유형으로 구분했다.

한국전통식에는 채소, 감자와 같은 뿌리식물, 버섯, 콩, 생선 등의 대표 식품군과 더불어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양념군이 높게 포함돼 있어 각종 장류로 조리된 음식들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참여자가 이렇게 구분된 3가지 식이유형을 얼마나 섭취했는지에 따른 대장암 발병 위험을 분석했다.

섭취량은 참여자들이 앞서 선택한 식재료 구성에 따라 점수화했으며 점수가 상위 33%인 그룹은 해당 식이유형을 많이 먹는 사람들, 하위 33%는 적게 먹는 사람들로 구분했다.

한국전통식과 건강식을 높게 섭취한 그룹은 낮게 섭취한 그룹과 비교해 대장암 위험이 6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서구식을 높게 섭취한 그룹은 낮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선 박사는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서구식에는 간편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 피자, 빵 등의 고탄수화물류와 가공육과 같은 특정 식품이 많이 포함됐다"며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가 반영돼 있지만,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한국전통식과 건강식이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두가지 식이유형 모두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는 점에서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균형 있게 먹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대장암을 예방하는 마법의 음식은 따로 없다"며 "대장암은 유전, 생활습관, 환경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데 식습관 개선도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단일 식품이나 영양소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여러 영양소나 식품군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구결과가 대장암을 예방하는 식생활 개선에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