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때 인턴 기회 잡아라"…서울서 방 구하는 지방대생들
전남의 A대학 4학년 김모씨(26)는 지난주 서울 신림동의 고시원으로 이사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기업에서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어 상경한 것이다. 그는 “9.9㎡ 남짓한 저렴한 고시원을 월 30만원에 얻었지만 교통비와 식비 등을 감안하면 100만원가량인 인턴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하려면 인턴 경력이 필수적이어서 집에 손을 벌려서라도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3일 대학가 등에 따르면 취업 준비를 위해 방학 기간에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대학생이 늘고 있다.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인턴을 뽑는 기업이 서울에 몰려 있어서다. 정부가 올해부터 청년인턴 기회를 지난해의 두 배(3만명)로 늘린 만큼 인턴 경력이 없으면 웬만한 기업에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얘기다. 여기에 기업들이 구직자를 인턴으로 뽑은 뒤 업무능력과 자질 등을 검증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연계형 인턴’도 늘리고 있어 방학 기간 ‘서울살이’하는 지방대생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사는 백모씨(25)는 “서울에 있는 한 기업의 마케팅팀에서 시장조사 관련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기 위해 지난주 서울 신촌 하숙집에 짐을 풀었다”며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연세대 학생의 하숙방을 싸게 얻어 다행”이라고 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인턴이나 직무체험 등 대외활동은 지방대생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통한다. 경남의 한 대학 3학년 이모씨(23)는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의 대외활동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경쟁력과 차별성을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며 “서울 명문대생과 취업 스터디를 하기 위해 상경하는 지방대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에 올라와 대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지방대생들은 ‘온라인 대외활동’ 자리라도 얻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블로그 기자단, 온라인 홍보활동을 담당하는 서포터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한 금융기업의 온라인 서포터스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씨(22)는 “온라인 활동 경력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