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병원 측 시술 이후 경과 제대로 관찰 안 해"



평소 척추 변형과 심한 골다공증을 앓던 A(71)씨는 2013년 겨울 바닥에 넘어진 뒤 굴렀다.

엉덩이와 다리 통증을 느끼고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인천시의료원으로 옮겨 입원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A씨의 척추뼈 등이 부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이듬해인 2014년 1월 중순 골시멘트를 이용한 풍선척추성형술을 받았다.

이 시술은 일그러진 뼈 사이에 주사침을 이용해 작은 풍선을 집어넣고 그 안에 고형제인 시멘트를 삽입, 통증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의사는 "시술 당일이나 늦어도 이틀 안에는 퇴원할 수 있다"며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당일 오전 8시 45분쯤 시작된 시술은 20분 만에 끝났다.

그러나 A씨는 시술 4시간 뒤부터 엉덩이와 다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며 진통제를 달라고 의료진에 호소했다.

한 차례 진통제를 투여했고 수술을 담당한 정형외과 전문의도 A씨의 상태를 살폈지만 허리 아래 하반신 통증은 멈추질 않았다.

A씨는 시술 당일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6차례나 진통제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시술 이틀째인 2014년 1월 15일. 극심한 통증을 참지 못한 A씨는 "환자가 다 죽어가는데 왜 손 놓고 있느냐"고 의료진에 항의하며 "응급실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엑스레이 검사만 한 뒤 이전 검사 결과와 차이가 없다며 당일 새벽 또 진통제 처방만 했다.

병원은 다음 날 3차원 컴퓨터 단층(3D CT) 촬영을 했고 신경외과와의 협진 끝에 '척수원추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A씨에게는 "상급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유했다.

척수원추 증후근은 중추신경계의 일부인 척수가 불완전하게 손상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A씨는 골시멘트가 다리 신경이 있는 척추뼈 밖으로 새 하반신 마비 장해를 입었다.

A씨는 "병원 의료진이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진통제만 놔주고 엑스레이(X-RAY) 검사만 하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총 4억6천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시의료원 측은 "골시멘트가 신경 쪽으로 일부 유출되더라도 모든 환자에게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며 "시술에 따른 골시멘트 유출과 환자의 장해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A씨와 그의 자녀 2명이 인천시의료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시의료원과 당시 수술을 담당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A씨에게 1억5천900여만원을, A씨 자녀 2명에게 각각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원고가 시술 직후부터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엑스레이 촬영만 했다"며 "시술 이후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부작용을 우려해 재빨리 골시멘트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제거 시술을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병원진은 시술 이후 경과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의 과실과 원고의 후유 장해 정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시술 당시 68세로 고령이었고 의료진이 배뇨·배변 등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확인한 이후에는 즉시 CT 촬영을 하고 증세 호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