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딱딱한 조직문화 부적응 1년 안 돼 사표
해당 지자체 "조건 알고 오고도 무책임…공직 자긍심 가져야"

충북 옥천군은 한 달 전 로스쿨 출신의 A변호사를 6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군청을 상대로 급증하는 소송사무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A씨는 계약서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은 지난달 말 사직서를 제출했다.

딱딱한 공직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옥천군의 변호사 이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같은 조건으로 채용했던 변호사는 정작 출근 예정일이 되자 다른 직장을 찾아갔다.

옥천군 관계자는 "모집공고를 내면 3∼4명의 변호사가 지원하는데, 막상 선발해 놓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고 "변호사 2만명 시대라지만, 시골 군청에 선뜻 근무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인근의 영동군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2년 전 채용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13개월만에 수도권의 다른 직장을 구해 자리를 옮겼다.

영동군은 최근 후임 변호사를 다시 선발해 발령을 앞둔 상태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계약직인 임기제다.

시·군·구청서 팀장(계장)급으로 분류되는 6급 상당이다.

일단 근무 기간이 2년으로 정해지지만, 근무 실적에 따라 5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연봉은 4천700만∼4천900만원으로 책정된다.

급식비·직급 보조금·가족수당 등을 따로 받고, 시간외 근무를 할 경우 초과근무수당도 나온다.

공무원 연금에도 가입할 수 있다.

수당 등을 합칠 경우 실제 받는 연봉은 5천만원을 웃돌아 웬만한 법무법인이나 대기업 초봉에 뒤지지 않는다.

이들이 섭섭잖은 대우를 마다하고 사표를 던지는 데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어 아무리 길어도 5년을 채우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한다.

군수·부군수·과장은 물론이고, 같은 직급의 팀장까지 상사로 모셔야 한다는 점도 변호사 자존심에 상처가 났을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사무실은 독립적으로 일하는 데 반해 행정기관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속에서 업무 지시와 결재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며 "사회경험이 없는 젊은 변호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들의 잇따른 이직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옥천군 관계자는 "근무형태와 조건 등을 충분히 알고 응시한 변호사들이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아무리 계약직이지만 공직자의 책임과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변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간부급으로 영입하던 기업들도 이제는 법무팀 대리급으로 채용할 정도도 위상이 낮아지지 않았냐"며 "6급은 9급 공무원이 12년 넘게 노력해야 오르는 자리"라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