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 확장…남해상에 있던 장마전선 북상
5∼6일 또 국지성 호우 예보…7일부터 잠시 소강

이번 장마는 평년보다 일찍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무더위만 계속된 이른바 '마른 장마' 현상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7월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장마전선이 한반도에서 힘을 발휘,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하며 단시간의 집중 호우를 퍼부어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이는 장마전선의 성격이 갑자기 변한 탓이 아니라,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두 기압 세력인 북태평양고기압과 한반도 북쪽의 고기압의 힘겨루기의 양상의 변화 탓이다.

장마는 보통 초기에는 '보슬비' 수준을 보이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국지성 호우를 동반하는 것이 특징인데, 올여름 장마에서는 초기의 '마른 장마' 현상 때문에 이런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장마는 제주 기준으로 6월 18일부터로, 평년(6월 19∼20일)보다 하루 이틀 정도 장마가 일찍 시작했으나, 한반도 북쪽으로 상층기압골이 자주 통과하면서 장마전선은 북상을 못 하고 주로 남쪽 바다 위에서 머물렀다.

이 때문에 6월 서울에는 22일에만 30.5㎜의 장마철다운 비가 내렸을 뿐, 장마전선은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장마전선은 7월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7월 첫날인 1일 오후에는 전국 곳곳에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렸다.

1일 오전부터 2일 오전 4시까지 주요 지점의 강수량을 살펴보면, 서울·경기에서는 용문산(양평)이 169.5㎜, 도봉구 136.5㎜, 강원도에서는 팔봉(홍천)이 176㎜, 남쪽지방은 피아골(구례) 137.5㎜, 삼각봉(제주) 168㎜ 등으로 단시간에 많은 양의 호우가 집중됐다.

호우주의보는 6시간 강수량이 70㎜(경보는 110㎜), 12시간 강수량이 110㎜ 이상(경보는 180㎜)일 경우 발효되는데, 서울 전역과 경기 강원 일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되는 등 강한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곳곳에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이런 집중 호우는 남쪽 바다에 있던 장마전선이 한반도로 급격히 북상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장마전선은 제주도 남쪽 먼 해상에 머물러 내륙에는 거의 비를 뿌리지 못했다.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 세력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바다에 있던 장마전선을 한반도까지 밀어 올린 것이다.

장마 기간에는 이처럼 대륙의 찬 공기와 북태평양의 더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힘겨루기하면서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상 용어로는 이를 장마전선의 '남북 진동'이라고 한다.

7월 들어서 장맛비가 본격화한 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한 것에 더해, 중국 산둥반도에서 우리나라로 접근한 저기압이 많은 양의 수증기를 중부지방으로 유입시키면서 이 지역에 강력한 비구름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중부지방에 있는 장마전선은 점차 남하하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를 뿌리다가 다시 북상하면서 서울·경기와 강원에도 다시 호우가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청은 "5∼6일 사이에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내리는 등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비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7일부터는 장마전선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압계의 변동에 따라 다시 집중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기상 예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