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남미로 여름휴가 '모기 조심'…뎅기열·지카, 백신도 없어
지난해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올해 남미 등에서 유행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병 때문에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늘면서 각종 해외 유입 감염병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해외여행객은 휴가철 질환 예방과 건강 관리를 남의 일로 여긴다. 감염병을 두려워하면서도 감염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웠다면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풍토병 등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 건강한 여름휴가를 위해 필요한 해외 풍토병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동남아 여행 때 감염병 주의

해외여행과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2009년 200여명이던 해외 유입 감염병 신고자는 지난해 491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미애 이대목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질병관리본부의 4군 감염병(해외유입감염병 등) 현황을 분석했더니 2001~2015년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질환은 뎅기열이다.

뎅기열은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 등 모기에 물려서 걸린다. 지카와 매개 모기가 같다. 뎅기열에 걸려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저절로 회복된다. 일부 환자는 갑작스러운 발열, 오한과 함께 이마 두통, 안구통, 근육통, 관절통, 출혈성 발진 등을 호소한다. 증상은 모기에 물린 지 4~7일 후 나타나 1주일 동안 지속된다.

2001년 국내에서 뎅기열 환자 6명이 처음 확인된 뒤 환자가 계속 늘어 2010년 한 해에만 125명이 감염돼 100명을 넘어섰다. 2013년 252명, 2014년 164명, 2015년 255명 등으로 지난 15년간 뎅기열 감염자가 1339명에 달한다.

지난해 뎅기열 감염자는 대부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행객이었다. 뎅기열 외에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A형 간염, 장티푸스 등도 해외 유입이 많은 감염병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중국,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여행한 뒤 감염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감염되는 일도 비교적 많다.

말라리아, 예방약 먹으면 도움

뎅기열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다. 브라질이나 남미에서 유행하던 뎅기열은 최근 동남아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감염을 막기 위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덥더라도 밝은색 긴소매 옷을 입고 벌레 기피제 등을 미리 발라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는 저녁과 새벽에 활동이 활발하다.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이 좋다. 지카 바이러스도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 예방약이 없고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 아이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 임신부는 위험지역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학질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는 매년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내는 위험한 질환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아열대나 열대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7~14일의 잠복기 후 고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할 수 있다. 예방백신은 없지만 예방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지역마다 내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지역과 임신 여부 등을 고려해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위험국가 입국 2주 전부터 복용을 시작해 여행 후 4주가 될 때까지 먹어야 한다. 동남아 국가의 시골이나 국경 인접 지역에는 내성이 있는 말라리아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배낭여행객 A형 간염 주의

오지 등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20~30대 젊은 층은 A형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A형 간염에 걸리면 전신 피로감,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증상이 생긴 지 1주일이 지난 뒤 70% 정도의 환자에게서 황달이 나타난다. 대부분 3개월 안에 회복하지만 B형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이 있으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A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모든 개발도상국 여행 전에는 접종하는 것이 좋다.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된다. 출국 한 달 전, 최소 2주 전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씨 85도 이상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라지기 때문에 끓인 물과 익힌 음식을 먹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다. 손을 씻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도, 파키스탄, 중남미 여행 중에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걸리는 장티푸스를 조심해야 한다. 초기에 치료하면 사망률이 1% 미만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10~20%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해질 수 있다. 유행 지역에 2주 이상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출국 2주 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병하는 황열은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위험 지역 도착 10일 전 황열 백신 접종지정센터에서 접종을 받아야 한다.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 상당수 나라는 황열 백신 접종증명서가 없으면 비자 발급이나 입국이 거부된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최희정 이대목동병원 해외여행자클리닉 감염내과 교수는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이 크게 늘었다”며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여행지의 유행병을 살피고,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면 백신을 미리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여행 할 땐 장시간 햇빛 노출 피해야

유럽이나 동남아 국가 대도시나 리조트 등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도 안심은 금물이다. 한국과 달리 고온과 따가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환경인 데다 관광이나 물놀이 등으로 장시간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일광화상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햇빛에 노출된 피부가 붉게 변하고 작열감이나 가려움증이 생기는 것이 대표 증상이다.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거나 물집이 생긴다. 얼음찜질과 샤워로 뜨거워진 부위를 차갑게 해주는 것이 좋다. 물집은 억지로 터뜨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 소독한 바늘로 살짝 터뜨려 진물을 제거해야 한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행 전 의료기관을 찾아 여행지에서 유행하는 감염병과 예방법 등을 숙지하면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휴가 후 관리도 중요하다. 입국 시 발열 등 감염병 증상이 나타나면 공항 검역관에게 즉시 보고하고 귀가 후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휴가 후 질병이 생기지 않더라도 무기력증이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컨디션 회복에는 7시간 이상 수면 시간을 지키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최희정 이대목동병원 해외여행자클리닉 감염내과 교수,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