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 강릉] '커피의 메카' 강릉…"세계인의 입맛 홀릴 것"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린 지난 24일 오전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강릉항(옛 안목항)부터 북쪽 해안선을 따라 1㎞에 걸쳐 30여개의 커피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제각기 다른 인테리어와 커피 제조 비법을 뽐내며 커피향을 연신 뿜어내고 있었다. 평일인 데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커피가게 안은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는 관광객으로 붐볐다.

도시 전역에 소나무가 많아 ‘솔향도시’로 불리는 강릉은 2010년대 들어 ‘커피의 메카’로 떠올랐다. 전문커피점이 몰려 있는 안목 커피거리가 핵심 역할을 했다. 1980~1990년대 강릉항과 인접한 안목해변에는 유동인구가 많았다. 강릉항 수산물판매장에서 식사한 사람들이 이곳 바닷가를 거닐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는 일이 많았다. 이 일대가 ‘길다방’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자판기가 있던 자리에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거리가 형성됐다. 지금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까지 들어와 일반 커피전문점과 경쟁하고 있다.

주말이면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와 자리를 잡기 힘들다. 안목해변에서 3층짜리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비수기에도 주말이면 우리 가게에만 1000명가량이 방문한다”며 “성수기에는 자리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목 커피거리에서 파는 커피는 서울의 유명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맛 못지 않다는 게 대다수 방문객의 평가다.

안목 커피거리는 지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안목해변의 성공을 지켜본 정동진과 경포대에도 커피거리가 잇따라 생겼다. 원두 가공업체가 덩달아 늘어났고 정부는 지난해 강릉 전역을 ‘커피특구’로 지정했다. 안목 커피거리를 찾는 관광객 덕분에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도 붐비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속초와 고성 등에 밀려 줄어들었던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는 데 커피거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강릉시의 설명이다. 강릉시는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함께 전 세계에 질 좋은 강릉 커피를 수출해 커피산업을 강릉의 대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강릉시는 2009년부터 안목해변을 비롯한 강릉 각지에서 커피축제(사진)를 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와 함께 커피축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커피축제는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열린다.

강릉=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