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강태용 검거 전후 70여 명 사법처리
상당수 처벌받았거나 수사 대상 오른 인물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조직 2인자 강태용 송환을 전후해 검찰과 경찰이 앞다퉈 수사에 나섰으나 추가로 밝혀낸 비호세력은 거의 없어 '알맹이 없는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는 조씨를 빼고 사건 실체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어서 비호세력, 은닉재산 등을 캐내는데 열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수사결과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직의 대외 로비 창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강씨는 평소 "신경 써주는 사람이 있다"며 검·경 인맥을 자랑했다.

그의 '입'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에 피해자 등 실망감도 그만큼 크다.

◇ 사법처리 많지만 비호세력 수사는 '제자리'
대구지검은 '조희팔 유사수신 사기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71명을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러나 조희팔 일당의 자금이 정관계 인사 등에게 전달된 증거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2014년 7월 대구고검이 '조희팔 고철사업 투자금이 은닉자금인지를 다시 조사하라'고 하자 재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강씨가 검거되기 전까지 조씨 범죄수익금을 숨기는 데 가담했거나 은닉재산을 회수한 뒤 착복한 '전국 조희팔피해자 채권단' 관계자 등 20여 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는 조씨 측에서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5억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 (54·구속) 전 서기관과 9억원을 받아 기소된 대구지방경찰청 권모(51) 전 총경도 있다.

검찰은 강씨가 붙잡히자 기존 수사팀을 보강, 검사 3명과 수사관 7명으로 '조희팔 사기 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대검에서 계좌 추적 전문수사관을 지원받아 관련 계좌의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강씨를 검거한 뒤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강씨 검거 후 40여 명을 추가로 기소했지만 조씨 아들, 내연녀 등 상당수는 수년 전 1차 수사 때도 조사한 사람이다.

2008년 12월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할 때 해경이 제보까지 받고 체포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비호세력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조희팔이 도피 당시 고비마다 경찰보다 한 발 빨리 대처한 것은 수사기관 내부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지 않고선 설명하기 힘든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조씨 내연녀 A(42)씨도 '미스터리'를 푸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A씨는 조씨가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하기 전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니 잘 보관하라'며 가방 한 개를 맡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가방 안에 조씨 비자금 내역이 담긴 장부, 정·관계 로비 리스트 등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으나 실체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조씨 일당의 방대한 은닉재산 행방 또는 사용처 수사결과도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조씨 일당이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 사이 건강보조기구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투자자 7만여 명을 상대로 5조715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유사수신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밝혀낸 것은 고철사업 투자금, 부동산 투자금 등 모두 1천200억 원대에 그친다.

◇ '짜 맞추기에 재탕 수사' 비판 못 면해
대구지방경찰청도 강씨 검거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으나 '짜 맞추기 수사에 비호세력은 손도 못 댔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경찰은 강씨가 중국 공안에 붙잡힌 뒤 11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조씨 조직에서 초대 전산실장을 맡은 사기 행각 '브레인'이라고 하는 배상혁(44)씨, 후임 전산실장 정모(52·여)씨, 기획실장 김모(41)씨가 있다.

조씨 조직 뒤를 봐주고 돈을 챙긴 전직 경찰관 임모(48) 전 경사와 정모(40) 전 경사도 들어 있다.

그러나 배씨는 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한 상태에서 7년 동안 아내 강모(44)씨와 꾸준히 접촉해 생활비를 받고 본인 주민등록증까지 소지한 채 전국을 활보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경찰이 '배상혁 검거 전담팀'까지 가동하고도 강태용 동생이자 배씨 아내인 강씨에 대해 7년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직 경찰관 2명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정씨가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2007년 8월 조씨 일당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경찰은 정씨가 2009년 중국으로 밀항한 조씨를 찾아가 술과 골프 접대까지 받고 돌아온 사실을 2012년 확인하고 처벌했다.

그러나 이 혐의는 중요 참고인이 없다며 덮어두었다.

강씨 검거 소식이 나오자 갑자기 '중요 참고인이 나타났다'며 정씨를 다시 구속했다.

조씨 업체에서 임원직을 맡아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가 적용된 임씨도 정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처벌했다.

이 때문에 이미 조씨 조직에 연루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들을 엮어 '꼬리 자르기'를 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 피해자 단체 "정·관계 로비 못 밝힌 부실수사"
조씨 사건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전세훈 매체국장은 "검찰은 조희팔 사건 재수사를 하며 한 점 의혹 없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결과를 보면 정·관계 로비 등 비호세력에는 아무것도 밝혀낸 것이 없어 부실수사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든 경찰이든 강태용 검거를 전후로 서둘러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