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경찰 사망 발표에도 목격담 이어져…'위장 사망' 논란
검찰 "다각적 조사 결과 조희팔 숨졌다"…'공소권 없음' 처분


유사수신 사기로 7만여명을 울린 조희팔 사건 재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28일 국내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달아난 조씨는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희팔 측근들이 진술한 조씨 사망 정황 분석, 확보한 각종 자료 과학적 검토 등을 2년 가까이 한 결과 "조씨가 사망한 것은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5조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 조씨는 2008년 중국 밀항에 성공한 뒤 7년여 동안 죽지도 살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2012년 경찰이 인터폴과 공조수사 등에 근거해 조씨가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 피해자 등은 중국 등에서 그가 활동하고 있다는 목격담 등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 때문에 조희팔이 '죽음'마저도 사기 행각에 이용했다는 '위장 사망' 논란이 불거졌다.

덩달아 세간의 궁금증도 증폭했다.

이런 까닭에 2014년 7월 조씨 사기범죄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정·관계 비호세력 유무 등 외에도 또 다른 핵심 의혹인 조씨 생사를 가리기 위해 지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행적을 추적했다.

그 결과 "조씨가 살아있는 것을 전제로 수사를 벌였다"며 "그러나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조희팔은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사기범 조희팔은 국내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던 2008년 12월 최측근인 강태용(54) 등 협조를 얻어 중국 밀항에 성공했다.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양식업자 박모(42)씨 배를 타고 격렬비열도를 거쳐 서해 공해 상으로 나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중국 측 배에 옮겨탔다.

그 뒤 조씨 일당은 중국에서 호화 도피생활을 했다.

2009년 5월 중국 옌타이로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관이 찾아오자 식사와 양주를 대접하고 함께 골프도 했다.

그러던 조씨는 도피 3년이 지난 2011년 12월 중국 한 호텔 식당에서 한국인 여자친구 등과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뒤 급체를 호소했다.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유족은 현지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유골을 국내로 들여와 경북 한 공원묘지에 안치했다.

사망 근거를 남기기 위해 장례 절차를 동영상으로 찍었다.

5개월 뒤 경찰은 조씨 사망과 관련해 "인터폴 공조수사로 조씨 중국 호구부(주민등록증)와 운전면허증, 여권을 확인했다"며 "응급진료와 사망진단을 맡은 의사를 면담하고 시신화장증도 입수해 조씨가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장하는 바람에 조씨 유전자 검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조씨 시신이나 DNA를 통해 사망 사실이 100% 확인되지 않자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조씨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왔다.

이 때문에 경찰은 공식 발표 6개월 뒤 중국 공안에 조희팔 생존 여부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조씨 생사는 작년 10월 10일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이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현지 공안에 붙잡혀 초미의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국내에서 검찰, 경찰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조씨가 중국 현지에서 공안 등 유력 인사도 매수해 접근이 어려운 대도시 호화주택 등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 등도 다시 나왔다.

이런 와중에 강태용 검거 소식이 전해진 10일 뒤 조희팔의 집사 노릇을 한 조카 유모(46)씨가 갑자기 음독자살해 조씨의 위장 사망 의혹은 더욱 커졌다.

강태용과 함께 조씨 사망 여부를 확인해 줄 핵심 인물이던 그는 조희팔 중국 밀항을 돕고 조씨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 뒤에는 유골함까지 가져오는 등 역할을 했다.

유씨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함께 강씨 송환이 임박해질수록 "조희팔은 살아 있다.

사망 근거가 빈약하다"는 등 목소리가 나왔다.

또 산둥성 웨이하이, 칭다오 등 중국이나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조희팔을 봤다는 제보 역시 쏟아졌다.

조씨가 현지 조직폭력배 비호 아래 스스럼없이 거리를 활보한다는 구체적 목격담 등도 퍼졌다.

그러나 수사당국에 붙잡힌 조씨 측근 등 증언은 이 같은 상황과 정반대였다.

작년 12월 강태용은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속에 국내로 송환됐다.

중국에서 검거된 지 68일 만에 대구지검 청사 앞에 선 그는 조희팔 생사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2011년 겨울 조희팔이 사망했다.

직접 봤다"고 말했다.

강태용과 별개로 이튿날 조희팔 사기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법정에 선 조희팔 아들(30) 역시 "아버지가 중국에서 돌아가신 게 맞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강태용, 조씨 아들, 사건 연루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했으나 조희팔 죽음을 뒤집을만한 결정적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각적인 조사 결과 조희팔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조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