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왜 이러나
검찰이 잇단 비리 의혹과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현직 검사장의 석연치 않은 주식 거래에 이어 현직 검사가 청탁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자살한 초임 검사의 극단적 선택이 부장검사의 폭언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올 들어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비리 의혹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지난 4월 진경준 검사장이 보유 중이던 넥슨 주식을 처분해 12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진 검사장은 처음엔 “여윳돈이 있어 친구 소개로 매입했다”고 했다가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샀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진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에서 주식매입 자금을 넥슨이 빌려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고등검찰청 소속 박모 검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 동문인 감사원 고위 관계자에게 부탁해 서울메트로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성 금품을 받았다. 당시 정 전 대표는 불법적으로 서울메트로의 임대 매장 운영권을 사들인 상태였다.

이어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 조모 차장검사는 지명수배를 받고 도주 중이던 정 전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 씨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5일에는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건 정보를 누설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김모씨가 구속됐다.

검찰 조직 내부 문제까지 터져나왔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 검사의 극단적 선택이 부장검사의 부당한 대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일 검사 축구대항전 대표로 참가할 정도로 쾌활했던 김 검사가 부장검사의 공개적인 폭언과 욕설, 부당한 지시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검사의 부친은 해당 부장검사를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냈다.

성희롱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나를 부장에게 꼬리 치다가 뒤통수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고 다녀 마음고생을 했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의 잇단 비리와 추문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강직한 검사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일부 검사의 도덕적 해이와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