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에 허위 보고해 징계 없이 퇴직금 받고 유유히 떠나
경찰, 뒤늦게 범죄 혐의점 내사…은폐ㆍ허위보고 엄중 문책

부산의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한 소속 경찰서가 이를 파악한 뒤 해당 경찰관에게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부산경찰청 등 윗선에 허위보고해 해당 경찰관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퇴직금을 모두 받아 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27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부산 사하경찰서 학교전담 경찰관인 김모(33) 경장은 지난 4일 자신이 관리하는 모 고등학교 1학년 A(17)양과 방과 후 차 안에서 1차례 성관계했다.

A양은 이 같은 일을 학교 보건교사에게 알렸다.

보건교사는 8일 다른 학교전담 경찰관(여경)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고, 여경은 사하경찰서 담당 계장에게 보고했다.

담당 계장은 휴가 중이던 김 경장과 학교 측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김 경장에게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표를 받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 경장은 다음 날인 9일 "부모 사업을 물려받는다"는 이유로 사표를 냈고, 15일 아무런 징계 없이 수리됐다.

사하경찰서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문제에 관한 글이 올랐을 때도 김 경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사표 수리 이후에 알았다고 부산경찰청에 허위보고했다.

부산 연제경찰서 학교전담 경찰관인 정모(31) 경장도 자신이 관리하는 여고생과 성관계했고, 해당 여고생은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지난 5월 초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부적절한 관계가 1차례인지 장기간 수차례 반복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여고생을 상담한 청소년 보호기관이 정 경장에게 사실확인을 하자 정 경장은 5월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제출해 같은 달 17일 아무런 징계 없이 수리됐다.

연제경찰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5월 23일 청소년 보호기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뒤늦게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4일까지 한 달가량 이런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부산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부산경찰청은 이에 따라 연제경찰서가 이번 사건을 파악한 시기와 경위, 보고를 누락한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본격 감찰에 착수했다.

부산경찰청은 또 학교전담 경찰관들과 성관계한 여고생들이 보건교사나 청소년 보호기관에 상담한 것으로 미뤄 부적절한 관계에 불법행위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내사에 착수했다.

폭행이나 위협, 대가를 제시하는 등의 위계(사기)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부산경찰청은 또 사건을 은폐하고 허위보고한 사하경찰서에 대해 감찰조사를 벌여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보고를 누락한 연제경찰서에 대해서도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부산경찰청은 7월 초 인사에서 현재 28%인 여성 학교전담 경찰관 비율을 전국 평균인 32.8% 이상으로 높이고 원칙적으로 여고에는 여경을, 남고에는 남자 경찰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남녀공학에는 남녀 경찰관을 함께 배치하고, 성비 문제로 여고를 남자 경찰관이 맡게 될 경우 여경이 보조하면서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반드시 같은 성으로 운영하고 학교전담 경찰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청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본청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