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국내 법률시장에 진출한 영·미계 로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3단계 개방을 앞두고 시장 확대에 따른 전략 등을 구상하느라 분주하던 영국계 로펌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현재 한국에서 법무부 인가를 받고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로서 활동하는 외국계 로펌은 총 26개로 유럽계가 5개 미국계는 21개다. 그중 유럽계는 ‘클리퍼드챈스’ ‘링크레이터스’ ‘스티븐슨하우드’ ‘알렌앤드오버리’ ‘허버트스미스프리힐즈’ 등으로 모두 영국계 로펌이다. 이들은 모두 2011년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 사무소를 설립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영국은 한국 시장에서 FTA 당사국 지위를 잃게 된다. 영국계 로펌은 EU 로펌의 지위를 잃고 자칫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인가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미국계 로펌은 브렉시트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영국계 로펌의 한국 시장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계 로펌의 한 변호사는 “브렉시트가 공식화되면 영국은 한·EU FTA와 관련한 모든 혜택을 잃어 한국에 진출한 영국계 로펌의 외국법 자문 업무는 사실상 정지되지 않겠느냐”며 “한국 기업의 유럽 비즈니스에 대한 미국계 로펌의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득실을 따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국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영국계 로펌의 한 대표변호사는 “예상치 못한 투표 결과에 많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악의 상황이 온다 해도 한국 업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며 “오히려 브렉시트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져 그에 따른 자문 의뢰나 계약분쟁 관련 업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에 따른 파급효과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관련 법적 문제 검토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국의 EU 탈퇴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양국 통상당국 간 한·EU FTA의 효력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