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항 전 탈출·선상 소요사태 대비…해경 "선원 안전 차원"

부산해경이 선상 살인이 발생한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의 안전과 피의자 신병확보를 위해 전광석화 같은 기습작전을 펼쳤다.

작전명은 '부활'.

24일 오전 3시께 세이셸군도에 급파된 해경 수사팀 3명은 현지 경찰 2명과 함께 이날 세이셸군도 빅토리아 항에서 비밀리에 작은 보트에 올라탔다.

이 보트에는 선박을 안내하고 항구 접안을 도와주는 도선사가 타고 있었다.

세이셸 빅토리아 항으로 향하던 광현호 옆쪽에 보트가 닿자, 수사팀과 현지 경찰은 도선사가 승선하는 틈을 타 재빨리 배에 올랐다.

이들은 곧바로 살인혐의를 받는 베트남 선원 2명을 갑판에서 격리 조치했다.

이 선원들은 감금이나 포박 없이 4일간 광현호 선실에서 자율 격리된 상태였다.

입항을 앞두고 운항을 도와줄 도선사가 배에 타는 줄 알았던 광현호 선원들은 해경과 현지 경찰의 승선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선장과 기관장의 사망으로 혼자 남은 한국인 항해사 이모(50)씨가 선장 역할을 하며 살인 피의자들과 4일간 1천㎞ 이상의 불안한 동행을 한 광현호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만취된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들은 술에서 깬 뒤 강제적으로 격리되지 않고 다른 베트남 선원들의 느슨한 감시 속에 세이셜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들이 입항을 앞두고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선상 소요를 일으키거나 해상탈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비했다.

광현호가 세이셸 배타적경제수역에 진입한 다음 현지 해경 경비정이 원거리에서 호위했지만 배 내부사정을 알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해경은 행여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베트남 선원이 해상으로 도주하는 등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특히 2년 전 세월호 참사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전 국민적인 비판을 받고 조직까지 축소된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에서 선원 도주 등 만일의 상황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완벽한 작전으로 실추된 해경의 이미지를 '부활'시키자는 의지를 반영해 이번 작전명을 '부활'로 정했다.

이광진 부산 해경 수사정보과장은 "선원 안전을 지키고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만큼 서둘러 국내로 압송해 수사하겠다"며 "이번 베트남 선원의 국내 압송은 공해상 우리 원양어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외국인 피의자를 제3국에서 국내 사법기관의 영장을 집행해 데려오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 베트남 선원 2명은 25일 국내로 압송된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