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를 조성하겠다며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무기한 중단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과열 유치 경쟁으로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후보지 공모에 응한 지자체들은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문학관 추진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문체부는 현 상황에서 후보지 선정 등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당초 계획을 변경, 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며 “범국민적인 합의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말 제정된 ‘문학진흥법’에 근거해 지난달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국문학관 후보지 공모에 나섰다. 공모 신청 결과 16개 시·도 24곳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갈수록 유치 경쟁이 과열됐다.

정 1차관은 “경쟁하듯이 지역주민 유치결의 서명운동을 하는가 하면, 유치 현수막이 지역 거리를 메웠다”며 “지역 문인과 출향문인들도 언론기고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문학계 분열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곳을 선정하더라도 탈락한 23곳에는 치유하기 힘든 허탈감과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자체는 음성적인 로비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흔히 동원할 수 있는 로비 수단은 다 동원했다고 보면 된다”며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남권 신공항 설립이 무산된 것과도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