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된 거제 원룸 건물. 연합뉴스
공사 중단된 거제 원룸 건물. 연합뉴스
조선업 불황이 깊어지면서 경남 거제시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파트·빌라 등 주택임대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대규모 선박 건조를 위해 거제에 장기간 머물렀던 외국인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지난 5월 말 기준 거주 외국인 수가 1만4769명으로 올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23일 발표했다. 지난 1월 1만508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거제지역 외국인 수는 2월 1만4840명, 3월 1만4704명, 4월 1만4840명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조선소 외국인 인력 '썰물'…거제 주택임대 시장 '썰렁'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거제시의 외국인 수는 2011년 8924명에서 2012년 9028명, 2013년 1만1272명, 2014년 1만3724명, 2015년 1만5051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 들어 조선업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외국인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시 관계자는 “거제는 선박 발주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많은 곳”이라며 “건조를 마친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선사 등 발주처에 인도하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외국 선주사 주재원과 그 가족들이 자국으로 떠나면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거제시 인구 25만명의 6%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발주한 선주사 주재원과 가족들이다. 주재원들은 주로 선박 건조 과정 등을 감독하며 선사에서 선박 인수를 마칠 때까지 2~4년간 거제에 머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5000여명의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는 32개사에서 파견 나온 2400여명이, 대우조선해양에는 32개사 소속 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보증금이 필요 없는 아파트나 빌라 등 임대 주택을 이용한다. 이 때문에 거제지역은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한 아파트 임대시장이 잘 형성돼 있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규모가 큰 에이전시(대리점 또는 중개인) 4곳을 비롯해 20여개 전문렌털 사업자들이 영업하고 있다. 명함만 가지고 다니며 중개를 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다.

거제시는 대형 선박 건조 프로젝트에 따라 거제를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2012년부터 임대시장이 급팽창했다. 임대용 아파트와 빌라는 거제시 옥포·덕포·고현동 등지에 1000여채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선업 불황이 악화되면서 임대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방 3개짜리 주택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300만원을 내야 했지만 지금은 150만~200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내국인 대상 전세로 돌리고 있다.

거제시 옥포동의 한 에이전시 대표는 “선박 발주 물량이 줄면서 외국인을 겨냥한 거제지역 임대 아파트들이 공실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외국인은 감소하고 있는데 공급은 계속 늘어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