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네번째 대여 시도 실패…프랑스 "외부 반출 사례없다" 거부

고려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간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상(上), 하(下) 2권으로 발간됐는데 아쉽게도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下)권 한 권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직지는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 이후 초대 공사와 3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국내에서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서와 골동품 수집이 취미였던 플랑시는 당시 상인에게서 매입한 직지 하권 맨 마지막 장에 책이 발간된 시기가 '선광칠년정사(宣光七年丁巳)'로 표기된 것을 보고 흥분했다.

'선광칠년정사'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을 말한다.

직지가 서양의 최고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간행됐다는 의미다.

이렇게 수집된 직지는 플랑시의 다른 소장품들과 함께 1911년 파리 경매장에 나왔고,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에게 단돈 180프랑에 팔렸다.

1952년 베베르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직지는 도서번호 109번, 기증번호 9832번을 달고 동양 문헌실에 보관됐다
이런 직지의 존재는 1972년에야 알려졌다.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사서로 근무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작지를 발견하면서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직지는 120여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청주시는 2012년 개최한 직지 축제를 비롯해 세 차례에 걸쳐 대여를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주시는 오는 9월 '직지코리아'에 전시하기 위해 네 번째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대여를 타진했다.

지난해 11월 청주시 관계자들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방문해 직지 대여를 요구하는 이승훈 시장의 서한문을 전달했다.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올해 추진할 양국의 교류사업에 직지 원본의 한국 전시를 성사시켜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하는 등 외교 라인을 가동한 시도도 했다.

프랑스 현지의 에이전트를 통한 접촉도 시도했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다.

철옹성 같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뚫을 수는 없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직지는 한 번도 외부로 반출된 사례가 없다"며 직지를 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이 박물관의 대여위원회에서 직지 대여는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직지의 '고향' 방문은 이번에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는 그동안 구텐베르크 성서의 '직지 코리아' 전시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기 어렵게 됐다.

청주시는 애초 독일 마인츠시의 구텐베르크 박물관과 구텐베르크 성서의 한국 전시를 추진하면서 독일 라이프치히 박물관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라이프치히 박물관은 1997년부터 국제 학술회의 등을 통해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교류를 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라이프치히 박물관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주(州) 정부의 허가를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서의 전시계획이 무산돼 아쉽다"며 "직지 복원 활자 특별전 등 직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전시를 보강하고, 다음 직지 코리아 축제 때 직지를 전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지 코리아는 '직지 세상을 깨우다'를 주제로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예술의 전당 일대 직지 문화 특구에서 열린다.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b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