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당선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회계감사 보수 최저한도를 정해 기업과 회계사 간 ‘갑을(甲乙) 관계’를 바로잡겠습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를 이끌 새 수장으로 뽑힌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60·사진)은 22일 “부실감사의 근본 원인은 ‘을’의 지위에서 비롯된 회계사의 낮은 감사 보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신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해운·조선사에 대한 부실감사 논란 등으로 회계업계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며 “지난 30여년간 국가정책을 집행해온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감사환경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진동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2만여명의 공인회계사를 대표하는 제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회계사(4911명) 중 71%(3488명)에 달하는 회계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최 회장은 “부실 회계에 대한 ‘조기경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선 회계업계의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저보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가 수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고객사 눈치까지 봐야 하기 때문에 회계 투명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감사 보수 최저한도를 정하는 것과 함께 감사 보수를 회사와 투자자 등 감사보고서 이용자가 공동 부담하도록 법제화하면 회계사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감사인을 선임할 때 대주주 및 경영진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위험이 큰 회사에 대해선 지정감사를 대폭 확대할 수 있게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사회 전반에 깔린 회계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회계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며 “국민과 국회가 회계업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재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형법상 범죄라는 것은 범죄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새 규제안은 대표가 뭔가 잘못을 했을 것이란 추정을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법리상 따질 것이 있어 입법 과정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기 화성 출신인 최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대학 3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며 행정고시(22회)에 합격했다. 재무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국제금융국장, 주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강성원 전 회장의 뒤를 이어 23일부터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