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4조에 근거해 베트남 용의자의 수사·재판권 행사 가능

인도양에서 조업하던 한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진 '선상 반란' 사건과관련, 국내 사법당국은 우리나라가 베트남 용의자의 수사·재판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적 선박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수사와 재판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데 법적 제약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께 세이셸 군도 인근 인도양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국적 원양어선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을 법률적으로 재해석하면 공해(公海) 상에 있는 우리나라 선박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다.

피해자는 우리나라 국민이고 가해 용의자는 베트남 선원 2명이다.

우리나라가 관할권을 지닌 바다가 아니더라도 공해 상의 한국 국적 선박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주권을 우리가 지닌다.

형법 4조는 우리나라 밖에 있는 내국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 대해 국내 사법당국의 수사·재판 관할권을 규정해 놨다.

더구나 피해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고 재판을 받게 하는 절차는국내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사건은 부산지검의 지휘를 받는 부산 해경이 수사한다.

용의자의 혐의점이 인정될 경우 관할 법원인 부산지법으로 기소될 예정이다.

관건은 용의자의 안정적인 신병 확보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용의자인 베트남 선원 2명은 다른 선원들에 의해 제압돼 배 안에 격리 중이며, 선박은 약 4일 뒤 세이셸로 입항할 예정이다.

선박이 외국에 있고 국내에 입항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은 체포영장 집행 등 신병 확보 절차가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외국에 있는 국적 선박에서 곧바로 체포 절차를 집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있고, 체포하더라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내 법원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당국이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해적의 신병 확보 절차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대한민국 해군이 2011년 1월 21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 13명을 소탕하고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한 군사작전이다.

당시 마호메드 아라이 등 우리 군에 생포된 해적들은 국내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군에 생포된 상태에서 우리나라 영해로 진입할 때 국내 해경이 신병을 넘겨받았다.

해경은곧바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놓은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국내에서 조사를 벌인 뒤 구속했다.

이번 베트남 국적 용의자들도 이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영해로 들어오기까지 정부가 용의자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이송하는 것은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국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박이) 세이셸에 들어올 경우 당국과 협조해서 용의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이셸을 관할하는 주(駐) 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등에서 외교 경로를 통해 현지 당국에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