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문화 전도사' 이영해 전국포럼연합 상임대표 "자기자랑 빼고 상대 배려하는 게 포럼 기본 정신"
“포럼(forum)은 로마시대 ‘광장’에서 유래됐습니다. 특정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하면서 합의와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게 포럼이었죠. 한국은 유난히 포럼 문화에 취약합니다. 단체 이름에 포럼을 남발하거나, 포럼 행사도 주제가 아니라 사람 위주로 생각하죠.”

‘포럼 문화 전도사’로 불리며 최근 전국포럼연합 상임대표로 재선임된 이영해 한양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62·사진)는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주제가 아니라 사람 위주로 생각한다는 건 그만큼 쓸데없는 인신공격이 심하고 사고방식이 굳어있다는 뜻”이라며 “토론에는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토론 상대자가 싫다는 이유로 갑자기 포럼 참석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21세기분당포럼(1999년 설립)과 한국SCM학회(2000년), 전국포럼연합(2003년) 등 각종 포럼 및 학회 결성을 주도했다. 전국포럼연합은 설립 당시 개인이나 정치인이 조직한 포럼은 제외하고, 시민과 지식인이 결성한 포럼 60여개를 연결했다. 그는 전국포럼연합 네트워크를 통해 각 지역을 돌며 포럼 운영 및 진행, 포럼 참석의 매너 등 포럼 문화를 활발히 알리고 있다.

“사람들이 제게 ‘어떻게 하면 포럼 단체를 10년 넘게 이끌 수 있느냐’고 질문해요. 포럼 유지는 중소기업 경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의지와 분명하고 순수한 목적, 운영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하죠. 행사 운영 시 패널 초청 조율과 참석자 통솔 등도 고민해야 하고요. 포럼 주제를 선정할 때도 현재 화제가 되는 주제와 동떨어지면 곤란합니다.”

아울러 그는 “정치인이 결성한 포럼이 오래 못 가는 이유는 포럼의 목적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 빼곤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배려 없는 토론과 자기 자랑에 가득 차는 건 결코 제대로 된 포럼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럼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한 번 잡으면 절대 안 놓는 사람이 있어요. 질문을 빙자해 자신의 이야기나 지식 자랑에만 몰두하는 게 대표적이죠. 전 그런 사람들은 꼭 기억했다가 다른 행사 때 다시 만나면 절대 그들에겐 마이크를 안 넘겨요. 포럼 진행자가 패널이나 참석자에게 끌려다니면 안 됩니다.”

그는 ‘학교 밖’에선 다양한 직함으로 포럼 및 학회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학교 안’에선 연구와 교육에 집중한다. 이달 초엔 한국SCM학회로부터 ‘제1회 석학 학술상’을 받았다. “원래 주 전공이 물류와 공급망 관리(SCM)입니다. SCM은 요즘 각 기업에서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죠. 학교에서는 교수로서 충실하고, 학교 밖에선 포럼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