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유주·법무법인 바른, 검찰엔 사기죄로 형사고소 예정
정부엔 "아우디 폴크스바겐 전 차종 판매중지명령" 촉구 청원서

국내 소비자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배출가스 조작과 국내 불법 판매 사실이 드러난 폴크스바겐의 휘발유 차량에 대해서도 집단 소송에 나서는 한편 검찰에 형사고소를 하기로 했다.

또 독일 본사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불법을 일삼아 온 아우디폭스바겐 측이 판매한 전 차종에 대해 판매중지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조만간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바른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된 차량을 불법 개조해 국내에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7세대 골프 1.4TSI' 소유주들을 모아 아우디폭스바겐 측을 상대로 조만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

해당 차량은 국내에서 작년 3월부터 총 1천567대가 판매됐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에 대해 진행 중인 집단소송과 별개로 이번에 새로 문제가 드러난 휘발유 차량에 대해 민법 110조에 근거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대금반환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낼 것"이라며 "소비자들을 속인 폴크스바겐에 대해 사기죄로 형사고소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검찰은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과 문제 차량의 국내 불법 판매를 독일 본사가 직접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7세대 골프 1.4TSI 차량은 2014년 5월 배출가스 인증시험에서 까다로운 우리나라의 휘발유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 판정을 받고 국내 시판이 불허되자,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장착해 같은해 11월 인증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적법하게 별도 인증을 받아야 했으나 폴크스바겐은 이를 무시하고 사실상의 차량 불법 개조를 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과 법무법인 바른은 정부가 아우디폴크스바겐 측과 진행 중인 리콜 절차를 중단하고, 자동차 교체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조만간 환경부에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청원서에는 환경부가 이처럼 불법 조작을 일삼는 회사에 대해 디젤 차량의 리콜 절차를 다시 새로 시작하게 해 주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대기환경보전법 제50조 7항에 나와있는 자동차교체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청원서에는 환경부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우디·폴크스바겐 전 차종에 대해서 판매중지명령을 내리고, 회사 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던 유로6 디젤 차량에 대해서도 정부가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한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 연방지방법원에서 21일 공개될 예정이던 미국 소비자와 폴크스바겐 간의 피해보상 합의안이 한 주 미뤄진 오는 28일 공개된다.

이는 원고와 피고 측이 미국 피해자 배상안의 막판 문서작업을 위해 시간을 더 달라고 공동으로 요청한 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합의 문서 작성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제기된 500여건의 집단소송은 샌프란시스코 미 연방지법에서 한 데 모여 진행돼 왔으며, 여기서는 그간 48만여대의 소형 4기통 2리터 디젤 엔진 장착차량을 소유한 미국 고객들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돼 왔다.

이번에 공개될 최종 합의안에는 차량 환불 뿐 아니라 추가로 5천달러의 배상액 지불이 확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 변호사는 "우리나라 피해자들이나 미국 피해자들이나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고의적으로 맞추지 않은 불법차량을 구입한 사기 피해자라는 점에서 본질이 같기 때문에 아우디폭스바겐 측이 28일 공개할 미국 고객에 대한 배상 조치와 동일한 배상을 한국 고객에게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거세게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도 대기환경보전법 제50조 7항에 따른 자동차교체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