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지난 4월부터 비리 의혹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지시한 수뇌부를 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0일과 14일 롯데그룹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 일부 계열사뿐 아니라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도 증거물을 파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그룹 정책본부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소속 직원들의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빼내 파기했다. 검찰이 롯데 수사에 착수하기 전이다.

수사의 신호탄으로 여겨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대표의 롯데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수사는 5월 초에 브로커 한모씨를 체포하면서 본격화됐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이미 업계에는 롯데 수사설이 돌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증거인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 파기는 재무팀이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한 자료나 부당거래 및 배임 의혹을 받는 그룹계열사들의 인수합병, 내부 거래 관련 자료들이 대거 파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인멸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누군지를 추적하고 있다.

롯데수사팀은 그룹 정책본부에 몸담았던 고위 임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300억원가량의 의심스런 자금을 챙겨온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이 모아진 모습이다.

검찰은 최근 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내면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자금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채 사장의 후임으로 온 이봉철 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도 함께 소환해 그룹 오너 일가의 자금 관리 내역을 추궁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자금관리 담당자로부터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각각 해마다 100억원, 200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자금 관리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 돈이 "배당금과 급여 성격"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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