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생산직도 호봉제 폐지
LG이노텍이 생산직에 적용하는 호봉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으로는 처음이다.

LG이노텍 노사는 생산직 사원 대상의 호봉제를 철폐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 상승률과 인센티브 지급이 결정되는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하기로 16일 합의했다. LG이노텍의 생산직 직원은 4332명으로 전체 직원의 48%다. 사무·기술직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9년 성과주의 인사제가 도입됐지만, 생산직에는 지금까지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LG이노텍 생산직 직원 중 우수 성과자는 올해 인사평가를 기준으로 내년부터 최대 30%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우수 성과자에게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직원에게 주는 ‘수시 인센티브’가 도입된다.

팀워크가 중요한 작업 여건을 고려해 ‘우수 라인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은 “최근 생산현장은 공정 전문화 등으로 빠른 업무 적응력과 높은 직무 역량이 요구된다”며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초 관련 논의를 시작한 LG이노텍 노사는 작년 초 호봉제 폐지 대원칙에 잠정 합의했다. 이후 1년여간 노사는 생산직 직원의 성과 평가 방식을 놓고 협의를 거듭했다. 오삼일 LG이노텍 노경기획팀장은 “평가가 임금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직원이 동의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설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5개 사업장을 돌며 인사담당자와 직원의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평가안을 내놨다. 평가안에는 생산성과 품질기여도를 바탕으로 사업장과 공정 특성에 따라 다른 평가기준을 담았다.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현장 팀장과 임원이 참여하는 공정평가위원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호봉제 폐지 발표에 앞서 두 차례 이뤄진 평가자 교육은 한 차례 더 시행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은 업무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하는 발탁진급제도를 대기업 생산직에 처음 적용하기로 했다.

대기업 생산직 호봉제가 처음으로 철폐되면서 산업계와 노동계에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이노텍 생산직 노조가 가입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호봉제 철폐를 최대한 미룬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호봉제 폐지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인사제도 개편 과정에서 노조와 직원들 반발을 의식해 추진을 미루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