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로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초고층 빌딩을 지은 국가나 기업에는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마천루의 저주' 속설이 세간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건설 중인 국내 최고층(123층·555m) 빌딩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는 2011년 6월 착공해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제2롯데월드는 건설이 시작된 이후 공사장 구조물 붕괴(6명 사상)와 공사장 화재, 주변 도로 침하와 균열 현상, 아쿠아리움 수조 누수 등 안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 행사를 마치고 현재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이번엔 롯데그룹을 정조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롯데그룹과 주요 계열사,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에 큰 타격이 미칠 수도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이겠지만, 이 때문에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과거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선 한동안 최고층 빌딩 자리를 지켰던 63빌딩을 예로 들 수 있다.

신동아그룹의 63빌딩은 1985년 5월 높이 249m, 지상 60층, 지하 3층 규모로 준공됐다.

기온과 시각에 따라는 황금색 반사유리 때문에 '골드바'라는 별칭도 얻은 건물이다.

그러나 빌딩 소유주였던 계열사 대한생명이 1999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신동아그룹에 짙은 먹구름이 꼈다.

신동아그룹은 1999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구속 이후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후 한화가 2002년 대한생명과 63빌딩을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한화그룹 역시 김승연 회장이 2012년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2014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 최고층 빌딩 '랜드마크27'을 지은 경남기업도 비슷한 사례다.

랜드마크27은 72층짜리 타워동과 48층짜리 아파트 2개동으로 이뤄졌으며 10억5천만달러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타워동의 높이는 346m에 달하며 건축 연면적이 60만8천㎡로 여의도 63빌딩의 3.5배에 이른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특히 애착을 갖고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경남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베트남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남기업은 2009년 1월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돼 2011년 5월 졸업했으나 국내외 사업 부진 등으로 2013년 말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지난해 4월 국내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다.

채권단 손에 넘어간 랜드마크 72는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4천540억원에 매각됐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UAE)의 828m 초고층 빌딩인 부르즈칼리파를 지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는 완공을 2개월 앞둔 2009년 11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천루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제기한 개념이다.

그는 100년간 사례 분석을 통해 고층빌딩을 짓는 시기는 대체로 호황기이지만 건물이 완성될 때는 거품이 빠져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30년대 미국 뉴욕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무렵 세계 대공황이 시작됐고, 이후 1970년대 중반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건설된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 그 사례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