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시 함께 일한 대법관에 안 맡겨
대법원 '재판 공정성 대책' 8월 시행…실효성 확보가 관건

법원이 8월부터 판사에게 걸려온 외부 전화를 녹음하는 등 부당한 '전화변론' 차단에 나선다.

선임계를 내지 않는 '몰래변론'을 포함한 '법정 외 변론'을 금지하는 원칙을 대법원 규칙에 명문화한다.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심 사건은 하루라도 같이 근무했던 대법관이 맡지 못한다.

또 형사사건에서 재판부와 학연·지연 등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사건은 원칙적으로 재배당하는 방안의 확대 시행도 검토한다.

대법원은 16일 이른바 '전관 비리' 의혹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재판의 공정성 훼손 우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리인이거나 변호인인 상고심 사건은 해당 변호사와 하루라도 같이 근무한 대법관에게는 배당하지 않는다.

같은 재판부에 속했던 대법관뿐만 아니라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함께 구성했던 대법관은 해당 사건의 주심이 될 수 없다.

이미 주심 대법관이 정해진 후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추가로 선임된 경우에는 주심 대법관이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방안이 시행되면 9월에 퇴임하는 이인복 대법관은 변호사법에 따른 수임 제한이 풀리는 2017년 9월부터 자신의 후임자나 이상훈(내년 2월 퇴임), 박병대(내년 6월 퇴임) 대법관의 후임이 주심을 맡는 사건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 피고인의 구속 기간이나 심리가 진행된 정도, 심리불속행 기간, 다른 당사자에 미치는 영향, 선임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법원장이 재배당을 허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이 도입한 '연고관계 있는 변호사 선임에 따른 재배당 방안'을 전국으로 확대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부터 형사사건에 한해 재판부와 지연·학연 등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재판부를 다시 배당하고 있다.

대법원은 재판부 및 소속 법관의 수 등 법원별 실정에 맞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법원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재배당 방안을 실시할 경우 사건의 신속한 해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확대 시행을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또 대법원 규칙을 개정해 법정 외에서 재판부에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거나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재판부에 걸려온 전화는 상황에 따라 통화내용을 녹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판사에게 접근하는 변호사나 법조 브로커를 신고할 수 있도록 법원에 '부당변론신고센터'를 설치한다.

법원은 필요한 경우 신고 내용을 검찰·경찰 등 관계기관에 통지하거나 고발할 예정이다.

퇴직 판사에게 법률시장 실정과 관행 등을 안내하는 '퇴직법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법원 내부 통신망에 윤리자문 시스템을 구축한다.

연고관계를 선전하거나 선임서를 내지 않고 변론하는 행위나 이를 적극 이용·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규제를 강화하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입법 의견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법원 대책과 관련해 변호사업계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강한 전관예우 근절 의지를 내보였다는 평가가 많지만 일각에서는 변호사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변호사법에 따라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사건을 일정 기간 수임하지 못한다"며 "단순히 같이 일했거나 학연·지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부를 재배당하겠다는 건 변호사의 정당한 변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