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 '성형수술' 벗어나도 중국서 새로운 기회 가능성 제시
고급화·전문화로 현지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

신성장동력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한국 의료산업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사례가 탄생했다.

한국, 일본과 더불어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 바로 그 대상국이다.

중국은 올해 4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령화와 관련된 정부 지출액이 브라질(12.7%), 우크라이나(11.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국가다.

이처럼 중국의 인구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노인층을 대상으로 인한 전문 의료서비스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16일 중국 산둥 성 옌타이 지역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시작한 늘푸른의료재단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의 도전은 주목할만하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서비스 및 인프라를 그대로 갖고 가면서 중국 현지 사정에 맞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홍현택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 원장은 "1명의 환자라도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등 분야별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재활치료 시스템은 현재 중국 의료기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2002년부터 한국 보바스기념병원에서 쌓아온 기법을 바탕으로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의료기관의 외국 진출은 대형병원 위주로 성과를 내왔다.

서울대학교병원이 2014년 8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위탁 운영을 맡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병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외국 진출 정보와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늘푸른의료재단도 이 부분에 동의했다.

권순용 늘푸른의료재단 미래기획본부장은 "우리가 이번에 진출한 중국은 자국 의료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영리병원 도입에 민감한 태도를 보이며, 보바스기념병원만의 전문화된 재활치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현지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김유현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 재활치료부 과장 역시 "외국 진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외국 현지 정부와 국민에게 한국 의료 시스템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것이었다"며 "비용은 비싸지만,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공감대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 의료진이 중국 내 진료허가를 받은 시점은 불과 한 달 전인 5월이었다.

이전까지는 중국 정부에서 받은 임시 허가증을 받은 상태에서 의료기관 운영 방안을 타진해왔다.

홍현택 원장은 "취업비자 허가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급격한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는 중국이 기회의 땅임에는 분명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병원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늘푸른의료재단은 이번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을 계기로 한국 중소병원의 중국 진출 사례가 더욱 늘기를 희망했다.

그동안 쌓아온 외국 진출 정보 및 비법도 아낌없이 공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순용 본부장은 "중국에서는 한국 의료하면 '성형시술'만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 재활전문병원이 진출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양한 진료과가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며 "의료기관별 확고한 진료철학과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갖추고, 외국 현지 상황을 제대로 분석해 공략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정부에서도 이번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 진출의 의미가 큰 만큼 국내 의료기관의 외국 진출을 돕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중국 등 외국 정부와도 의료 협약을 맺어 내실 있는 현지 정보를 제공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외국 진출은 크게 프랜차이즈, 사용권 취득, 현지 기업과 합작 3가지 형태로 볼 수 있는데 초반에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구상하다가 나중에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국장은 "앞으로 정부와 민간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외국 진출 전략을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며 "중소병원에서도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타 병원의 외국 진출 성공 기술을 분석하고,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구축하면 이번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과 같은 좋은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옌타이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