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인천 등 10년간 과태료 부과 '0건'…"징벌보다 계도 목적"
환경단체 "대형차 단속에 우선 집중, 공회전 제한장치 부착 의무화"



대기 속 미세먼지 발생 감축,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전국 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자동차 공회전'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실적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 공회전으로 나오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흡입에 따른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지구 온난화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등은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시는 2006년 4월 '차 공회전 제한 제도' 조례를 제정했다.

이륜, 긴급, 냉동·냉장차를 뺀 나머지 모든 차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휘발유·LPG 차는 3분 이상, 경유 차는 5분 이상 공회전을 금지한다.

단 여름철 에어컨 가동, 겨울철 예열 등을 고려해 기온이 5도 미만, 27도 이상일 때 공회전 제한시간을 차종과 관계없이 10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당초 터미널, 차고지 등 250곳인 공회전 제한지역을 2013년 조례를 개정해 시 전역으로 늘렸다.

198곳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터미널, 차고지, 주차장 등 150여곳에 '공회전 금지' 표지판도 세웠다.

단속공무원은 주·정차 상태에서 공회전하는 차를 발견하면 운전자에게 바로 중지하도록 경고한다.

1차 조치에 운전자가 따르지 않으면 경고 시점부터 공회전 시간을 측정하고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대구 8개 구·군이 조례 제정 후 최근까지 자동차 공회전 단속에 나서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대신 경고는 2013년 136건, 2014년 111건, 2015년 130건 등이다.

이처럼 느슨하게 단속하는 까닭에 터미널 등 공회전 제한·중점관리지역 등에서 시동을 켜 놓고 주·정차한 차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8개 구·군별 단속 전담 인력이 1명뿐이다"며 "또 1차 경고를 받은 운전자 가운데 바로 자리를 피해버리는 사람도 있어 과태료 부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자동차 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를 시행 중인 부산, 인천 등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터미널이나 차고지, 자동차 전용극장,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등에 주·정차한 상태에서 3분∼5분 이상 엔진을 공회전하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역시 조례를 제정한 뒤 최근까지 과태료 부과실적은 '0건'이다.

작년 한 해 3만8천141대를 단속해 3만7천859대는 계도, 경고 282대는 경고 조치를 했다.

부산도 단속실적이 거의 없다.

차고지 등에 가서 단속한다고 고지한 뒤 5분간 기다려야 하는데 이때 차 시동을 끄기 때문에 실제 단속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조례 제정 취지는 징벌보다는 계도에 있다"며 "단속 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 운전자는 100% 시동을 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조례는 대기환경을 위해 공회전을 줄여 달라는 선언적인 의미이다"고 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지름 2.5㎛ 이하 초미세 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심혈관, 피부 질환 등 원인이 된다.

부산시는 시민이 공회전 제한에 동참하면 연간 1천291t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800억원 어치의 연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인력이 부족하면 트럭, 버스 등 가스 배출이 많은 대형차 단속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차에 공회전 제한장치를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이 공회전 금지에 많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 운동도 활발히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러 여건상 공회전 단속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미세먼지 감축 등을 위해 보완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창수, 강종구, 최수호)


(전국종합=연합뉴스)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