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회 이상 가짜 거래명세표를 작성해 8년간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린 임모 전 대우조선해양 차장(구속)의 은신처에는 10억원 상당의 명품가방과 시계, 귀금속 등이 가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내연녀와 함께 각각 부동산투자회사를 차려 부동산 투기에 나설 정도로 대담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본지 6월15일자 A1, 10면 참조

15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선주사와 기술자들이 쓰는 비품을 구매하면서 허위 거래명세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2734차례에 걸쳐 회삿돈 169억1300만원을 빼돌렸다.

그는 또 시추선 건조 기술자 숙소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도 허위 계약하는 수법으로 2008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45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임 전 차장이 은신처로 삼은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10억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 24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 과정에서 개당 수천만원짜리 명품을 난생처음 봤다”고 놀라워했다. 임 전 차장은 해운대 신규분양 아파트에 수억원을 내고 전세로 입주해 은신해왔다.

그는 횡령한 돈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도 나섰다. 2014년 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한 뒤 100억원이 넘는 부산 명지동 상가건물을 사들였다. 임 전 차장의 내연녀인 김모씨도 이듬해 부동산투자회사를 차린 뒤 50억원 상당의 해운대 빌딩을 매입했다. 임 전 차장은 아울러 증권회사 여섯 곳에 계좌를 개설해 놓고 수억원의 주식투자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회삿돈을 빼돌려 오랜 기간 이런 범행을 저질렀지만 대우조선은 한 차례도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이 재직한 동안 임원 등 책임자가 세 번 바뀌었다”며 “그가 그렇게 오래 한자리에 있었던 것이나 오랜 기간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감사를 받지 않은 데에는 상급자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임 전 차장이 재직한 동안 근무했던 임원과 부서장 등 세 명에 대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박한신 기자/거제=김해연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