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원동력인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이 검찰 수사 국면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롯데그룹은 공격적인 M&A에 나서 몸집을 불렸지만 검찰이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자였던 신격호 총괄회장과는 달리 서구식 경영을 추구한 신동빈 회장은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이 지난해까지 성사시킨 M&A는 36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4조원 규모이다.

롯데는 2004년 11월 1천785억원을 투입해 KP케미칼 지분 53.8%를 인수했고, 2006년에는 우리홈쇼핑 지분 53.03%를 4천667억원에 인수했다.

2007년 12월에는 중국 마크로(Makro) 8개 점포를 1천615억원, 대한화재를 3천526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의 M&A는 2008년부터 더 속도를 냈다.

2008∼2010년 3년간 성사된 M&A만 22건이다.

이 기간 롯데는 두산주류BG, 기린, AK면세점, 바이더웨이,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파스퇴르유업 등 굵직한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했다.

해외에서도 네덜란드계 초콜릿 회사인 길리안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타이탄, 중국 럭키파이, 필리핀 펩시, 파키스탄 콜손 등을 인수했다.

이후에도 2012년 하이마트(1조2천480억원), 지난해 KT렌탈(1조200억원), 뉴욕팰리스호텔(8억500만달러),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삼성정밀화학(3조원) 등 최근까지 '빅딜'이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2003년 매출 20조로 재계 7위였으나 2014년 매출 81조원의 재계 5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연이은 M&A를 둘러싸고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배임·횡령 등의 불법 행위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 M&A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성사된 M&A에 대한 특혜 논란도 있다.

당시 AK면세점 인수, 두산주류 인수 등은 특혜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2년 이뤄진 롯데 M&A는 26건이며, 이 중 해외 인수는 10건이다.

롯데그룹은 M&A가 기업의 장기 비전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의혹이 드러난다면 비상장사나 해외 M&A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M&A를 통한 사세 확장 자체가 비난받을 사안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나 소액주주가 아닌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꼼수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제한적인 비상장사나 해외 M&A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M&A 과정에서 대주주로의 부의 이전 등이 있었는지가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로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외 M&A나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상장사에 비해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을 받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