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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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압축성장기에 유효했던 낡은 정책과는 이제 결별해야 한다. 분배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북유럽식의 높은 복지는 한국 현실에선 무책임한 얘기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을 만드는 것으로 경제에 대한 국민의당의 접근법은 기존 보수와도 진보와도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정부·대기업 주도의 과거 성장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성장은 빼놓고 분배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한국에 필요한 복지모델은 ‘중부담 중복지’”라며 “지금의 ‘저부담 저복지’를 유지하면 국가 장래에 좋지 않고 궁극적으로 기업이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미비와도 관련이 있다”며 “복지 확대는 정리해고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키아가 삼성·애플에 밀려 핵심인력 4700명을 해고했지만 굴뚝에 올라가 농성한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이 안정적으로 제공됐기에 차분히 재취업과 창업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핀란드 경제가 3년 만에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존 세출 조정, 실효세율 합리화 등을 먼저 검토하는 게 순서”라며 “증세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어 법인세나 소득세 증세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기업 규제가 심해질 것이란 경제계의 우려에 대해 “건전한 시장경제 원리를 해치는 일부 대기업의 일탈은 스스로 고치지 못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산업·창업 관련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하는 게 옳다”며 “필요한 부분은 제대로 묶고, 아닌 부분은 풀어 규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창의적인 작은 싹들이 더 많은 성공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밭을 황폐하게 하는 일감 몰아주기, 기술 탈취 등은 솎아내야 공정한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를 ‘최저임금 현실화의 원년’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대기업·중소기업과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네 배 이상 벌어지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앞으로 3년간 매년 10% 이상 인상을 유도해 소득 격차를 줄이고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노동 4법 재추진에 대해서는 “논의는 할 수 있겠지만, 법 몇 개를 바꿔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 의미 있는 내용이 많았는데도 휴짓조각이 돼 안타깝다”며 “노사정위에 대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자단체와 비정규직 근로자 대표를 포함시켜 노동문제에 대한 큰 틀의 사회적 합의를 다시 시도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책 정당’으로서 역량을 높여 38석의 ‘제3당’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국가의 중차대한 과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정부·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10년 로드맵을 진정성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3당 체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혼을 바쳐 몸부림을 한번 쳐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현우/김기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