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원-검찰, 청사 위치 두고 기싸움 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6번 출구를 나서면 장대한 건물 두 채가 눈에 띈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청사다. 대검찰청에서 도로를 하나 건너면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고등법원이 나란히 서 있다. 전국의 법원과 검찰도 다르지 않다. 어디든 법원과 검찰 청사는 실과 바늘처럼 붙어 있다. 대체로 정문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쪽에 법원, 왼쪽에 검찰 청사가 있다.

비밀은 검찰청법 제3조에 있다. 검찰청의 설치와 관할구역을 규정한 이 법률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대법원에, 고등검찰청은 고등법원에, 지방검찰청은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 대응해 설치한다고 돼 있다.

법조계에는 법원과 검찰이 청사를 두고 기싸움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진다. 풍수지리상 좋은 위치에 더 크고 높게 청사를 짓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대표적 일화는 광주지법과 광주지검의 신경전이다. 광주 지산동 342의 1에는 광주고법과 지법, 광주고검과 지검 건물이 서 있다. 1998년 광주고검과 지검은 오래된 청사를 허물고 지하 2층, 지상 9층짜리 새 청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자 법원에서 “검찰청사가 법원보다 높으면 곤란하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법원은 고법 및 지법 청사 등 세 개 동이 ‘ㄱ’자로 돼 있는 6층짜리 건물을 1993년 신축했다.

검찰은 “법원은 고법과 지법을 각각 따로 낮게 지었지만 검찰은 관리비용과 당직 근무 인원 등을 줄이기 위해 고검과 지검을 한 건물에 지었다”며 “법원보다 높게 지으려던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청사를 예정대로 완공했다. 이후 광주지법에 부임하는 법원장마다 검찰이 내려다보는 법원 건물을 두고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대구지법, 대구지검 청사와 관련해서도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법원은 청사가 좁아 이전을 검토했다. 부지까지 물색해뒀다. 그런데 검찰에서 반대했다.

대구지검에서 검찰총장이 여럿 배출되는 등 풍수지리상 좋은 곳을 떠날 이유가 없어서다. 대구지검을 거친 검찰총장으로는 김태정(제28대) 박순용(29대) 김각영(32대) 송광수(33대) 정상명(35대) 김진태(40대) 김수남(41대) 총장 등이 있다. 검찰 의지대로 기존 터에 청사를 허물고 짓는 방안을 택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청사를 새로 올리면서 법원보다 높이려고 가벽을 세웠다는 설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청사 완공 기념 나무를 심을 때 항상 검찰보다 늦게 심는데 그 이유가 검찰이 심은 나무보다 더 큰 나무를 심기 위해서란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양삼승 변호사는 저서 《법과 정의를 향한 여정》에서 “법원과 검찰 청사가 나란히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의 편의를 위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서면 심리만 하는 대법원과 대검찰청 건물이 왜 나란히 있어야 하는지, 선진 외국 법조인들이 우리 법조를 둘러보고 가장 이상하게 느끼는 점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질문만을 던져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