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안동] 6·25 전쟁 후 고택 하나 남지 않았던 곳…경북도청 신청사 이전으로 다시 날갯짓
안동이라는 지명은 고려 태조 왕건 때 역사에 처음 등장했다. 그전까지는 안동이 고창군으로 불렸다. 태조 왕건은 930년 고창 전투에서 후백제에 크게 승리한 뒤 이곳에 ‘능히 동국을 안정시켜준 고장’이란 뜻의 ‘능안동국(能安東國)’이라는 글자를 하사했다. 이 글귀에서 안동(安東)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안동은 지금의 도(道) 단위 격인 도호부가 설치될 정도로 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였다. 1361년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피신하면서 70일간 임시 수도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안동은 천재지변이나 전쟁에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조선시대까지 경북의 대표적인 도시였던 안동이 쇠퇴한 것은 구한말부터였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을 계기로 안동에선 선비들을 중심으로 2000명이 넘는 의병부대가 결성됐다. 일본군은 안동 시내까지 패퇴하는 의병을 쫓았고 시가지에 불을 질렀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인근까지 진출한 북한군은 안동에 본부를 두고 주둔했다. UN군은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안동 시내에 폭격을 가했고 시가지 전체가 초토화됐다. 지금 안동 시내에서 고택(古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동은 1963년 읍에서 시로 승격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되면서 기존에 분리됐던 안동시와 안동군이 통합돼 지금의 안동시가 됐다. 지난 2월엔 대구에 있던 경상북도청 신청사가 안동시 풍천면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안동은 조선 초기 이후 500여년 만에 다시 경북의 웅도(雄都)로 떠오르게 됐다.

안동=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