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안동] "제사도 일종의 잔치…종가 의례 간소화"
“예(禮)는 고루한 것이 아니라 가족, 친지와 함께 정(情)을 나누는 행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사도 일종의 잔치입니다.”

조선 중기 문신으로 징비록(懲毖錄)을 쓴 서애 류성룡의 15대 종손인 류창해 씨(59·사진)는 지난 10일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충효당은 서애 선생의 고택으로, 조선 중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보물 414호로 지정됐다.

류씨는 지난해 10월 충효당에서 열린 길사(吉祀)에서 15대 종손이 됐다. 길사는 일종의 종손 취임식이다. 한 문중을 대표하는 직계손(直系孫)인 종손은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지내는 후손을 뜻한다. 불천위는 고조부(4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일반적인 유교식 예법과 달리 인품과 공덕이 뛰어난 조상을 계속 사당에 모시는 신위를 뜻한다.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집안을 종가(宗家), 그 후손을 종손(宗孫)으로 부른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던 류씨는 지난해 종손이 된 후 충효당에서 살고 있다. 그는 “명문가의 대(代)를 잇게 돼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종손은 종가의 권위에 걸맞게 존중받았다. 류씨는 매년 충효당에서 제사를 열 차례 지낸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제사를 어렵고 딱딱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사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라고 했다.

류씨는 대구·경북 종손들의 모임인 영종회(嶺宗會)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종회는 종가의 각종 의례를 간소화하고 종가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류씨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일부만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충효당을 더 많이 개방할 계획이다.

안동=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