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이어 12년만의 그룹 수사…그룹 비리는 사실상 처음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해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 특수부가 롯데그룹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삼은 건 사실상 처음이어서 전례 없는 고강도 수사가 예상된다.

과거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계열사 비리로 수사를 받은 사례가 있지만 이번과는 결이 많이 달랐다.

대선자금 수사는 다른 대기업과 함께 수사를 받은 사안이며, 계열사 비리 수사도 그룹을 겨냥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이 롯데그룹 본사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를 정조준한상태여서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0일 롯데그룹 본사를 비롯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백화점·마트·시네마사업본부) 등 총 17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롯데그룹 차원의 수사에 나선 것은 2003∼2004년 대선자금 로비 의혹을 수사한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기업 등에서 각각 823억원, 114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SK해운의 분식회계 고발 사안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자금 수사까지 확대되면서 롯데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함께 수사 대상이 됐다.

2004년 4월 검찰은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총 10억원이 든 대형 여행용 가방 2개를 건넨 혐의로 롯데쇼핑 신동인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도 비자금 43억원 조성·횡령 및 법인세 7억원 포탈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 과정에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건하지 않기로 결정해 '꼬리 자르기' 논란과 함께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후 롯데그룹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 각종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몸집을 불리며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경영 성과와 별개로 숱한 잡음으로 인해 여러 차례 수사 선상에 올랐다.

신동빈 회장은 2013년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관련 국정감사 등에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불출석했다가 국회로부터 고발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2014년엔 롯데홈쇼핑 임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는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신헌(60) 전 롯데쇼핑 대표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현직 MD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과정에서 평가항목을 누락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지난달 '6개월 황금시간대(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롯데마트가 2006∼2011년 판매했던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가 41명(사망 16명)의 피해자를 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당시 영업본부장을 지낸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뒷돈 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일본 계열사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미제출·허위 제출한 혐의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서도 최정예 인력이 모인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 담당 2개 부서가 동시 수사에 나선 만큼 롯데그룹의 구조적인 경영 비리를 얼마나 확인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