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등’ 켜진 롯데 >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주말 내내 이어지면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합뉴스
< ‘경고등’ 켜진 롯데 >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주말 내내 이어지면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합뉴스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해 1차 출국금지 명단에 올린 24명은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의 주요 통로인 중국 사업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는 이들이다. 그룹 심장부인 정책본부와 한국 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내부거래가 많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피에스넷, 롯데홈쇼핑 등 6개 계열사가 지난 10일 가장 먼저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 사업 집중 조사

검찰은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작년 12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업무방해와 재물은닉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하면서 제출한 자료에서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한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이 비자금 조성의 핵심 고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롯데 비자금 수사] 검찰 "중국 사업 적자는 비자금 흔적" vs 롯데 "M&A과정 손실일 뿐"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4개 사업부가 한 개 회사를 구성하는 구조다.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횡령 및 배임에 연루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롯데그룹에서 가장 이른 1990년대에 중국에 진출했다.

검찰은 중국 유럽 등에서 이뤄진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 과정도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독려한 이명박 정부 시절 롯데는 거침없는 해외 M&A 행보를 했다. 롯데쇼핑은 2008년 홍콩 싱가포르에 잇따라 중간 지주회사를 완전 자회사(100%)로 설립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쇼핑홍콩지주에 1조3569억원을 투자해 중국 쑤저우, 웨이하이, 톈진, 선양 등에 있는 유통회사를 인수했지만 큰 손실을 봤다. 2014년 3439억원, 지난해 4304억원 등 지난 2년간 순손실이 7700억여원에 달한다.

2010년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Lucky Pai)를 인수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중국 기업 M&A 때와 달리 롯데그룹은 케이맨제도에 페이퍼컴퍼니(LHSC)를 세워 럭키파이를 인수했다. 롯데쇼핑홍콩지주(51%), 롯데쇼핑(16.02%) 등 계열사를 통해 LHSC에 1900억원가량을 투자해 지분 91.14%를 확보했다.

LHSC는 롯데 자금을 바탕으로 럭키파이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상하이에 있는 정보기술(IT)업체 등 10여개사를 추가로 사들였다. LHSC의 자본금이 1957억원에 이르는 반면 작년 말 기준 자산은 30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순손실만 1634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롯데는 “여러 계열사들이 중국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한 건 사실이지만 M&A 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났을 수 있어도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부 유출도 수사 대상

검찰은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통해 대규모 배당금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일본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이 호텔롯데 지분 99.28%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지분 구조 속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차명주식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으로 조성됐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부 유출 논란이) 횡령·배임과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롯데 측은 “주주 배당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2014년 영업이익 3조2000억원 중 일본 주주사에 배당된 돈은 341억원으로 약 1%에 불과하다”며 “배당 외에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차명주식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할 말이 없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기업 내부 시스템 구축·운영회사인 롯데정보통신과 광고계열사 대홍기획 역시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거래와 ‘매출 부풀리기’ 등을 통해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의 86.7%를, 대홍기획은 58.8%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롯데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경쟁사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홍기획의 내부거래 비중이 92.1%였던 2010년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박한신/강진규/정인설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