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사건 잇따라…경찰, 민간방범제·순찰 강화 등 방안 검토

도심에서 벗어나 운동과 기분전환을 위해 산에 올랐던 나홀로 등산객들이 잇따라 강력범죄에 노출돼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7일 오후 3시께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등산로에서 등산객 정모(55·여)씨가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온 정모(45)씨에 의해 살해됐다.

이날 혼자 산에 올라 도시락을 먹던 피해자를 일면식도 없는 40대 남성이 돈을 뺏을 목적으로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이다.

앞서 불과 열흘 전 서울 수락산 등산로에서도 등산객 A(64·여)씨가 전혀 모르는 사이인 김학봉(61)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졌다.

두 사건 모두 발생 초기 폐쇄회로(CC)TV가 부족한데다 목격자가 없고 현장 보존이 어려운 점 등 때문에 용의자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두 피의자가 모두 경찰에 자수해 비교적 단시간에 사건이 일단락됐으나 인근 지역 주민들과 등산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숨진 정씨를 처음 발견한 신고자는 "사패산이 집 앞이라 거의 매일 오르는데 현장을 목격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이 벌벌 떨리고 체온까지 상승하고 온몸이 후들거린다"고 말했다.

등산로 주변 주민 최모(52·여)씨는 "남편이 출근한 뒤 지인과 사패산에 가곤 하는데 간혹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 갈 때도 있다"며 "이번 살인사건 소식을 들은 뒤 무서워 혼자는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불안감이 이처럼 확산하자 경찰은 산행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등산로 치안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사패산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경찰서는 범인 검거와 별개로 등산로 맞춤형 치안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의정부에는 도봉산(740m)·수락산(640m)·사패산(552m)·천보산(336m) 등 산행하기 좋은 산들이 있다.

의정부경찰서는 등산 동호인 등을 민간 방범위원으로 위촉하는 '등산 폴리스'를 운영하는 방안과 비번 근무 경찰관을 대상으로 운동 겸 순찰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2일 "민간 방범 위원으로 위촉된 등산 동호인들이 산행하면서 치안 사각지대 해소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높고 넓은 산에 경찰 인력만으로는 순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등산로 초입이나 주요 갈림길에 방범용 CCTV가 부족해 사건이 발생한 뒤 수사에도 어려움이 있다"면서 "CCTV 등 방범 장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