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 수시간 전 취소에 '황당'…일부 수험생 시험장 갔다가 발길 돌려
ACT 측 "한국·홍콩 11일 시험, 사전유출 의혹"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의 하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 한국 시험이 사전 문제유출 정황으로 시작 직전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도착해서야 시험이 취소된 사실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등 등 혼란을 빚었다.

11일 강남의 유학준비 학원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날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ACT 시험이 시험 시작 직전 돌연 취소됐다.

ACT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ACT사는 이날 한국과 홍콩에서 진행되는 시험에 등록한 학생들에게 새벽에 발송한 이메일에서 "한국과 홍콩의 모든 시험장에서의 시험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ACT 측은 취소 사유로 "이 지역들의 시험이 사전에 유출(compromised)된 것으로 보인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시험이 시작하기 불과 수 시간 전에 일정이 취소되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가 시험장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시험 취소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아이가 당장 미국대학 수시(Early Decision) 모집에 지원하기 위해 이번 시험점수가 필요한데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날 ACT 시험은 서울과 부산 등지의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시험장이 개설됐다.

많은 수험생이 시험 취소 사실을 모른 채 시험장까지 갔다가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국내에서 SAT 시험이 문제유출 정황으로 시험이 취소되는 등의 소동이 빚어진 적은 있지만, ACT 시험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CT는 SAT에 버금가는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이다.

오랜 전통의 SAT가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바뀐 데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잦은 문제유출 의혹에 시달리자 수험생이 ACT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학원가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SAT보다 ACT 응시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도 있다.

학원가에는 이날 ACT 시험의 유출 의혹이 이미 며칠 전부터 나돈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시험 며칠 전부터 이번 ACT 시험의 코드(고유번호)가 유출됐다는 소문이 강남 학원가의 미국대학진학반 등에 파다하게 돌았다"고 전했다.

ACT는 문제은행 형식으로 출제되는 시험이라, 해당 일자 시험의 고유번호가 유출됐다는 것은 사전에 어떤 형식의 문제가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는 뜻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제유출 의혹으로 시험이 취소됐지만, 구체적으로 홍콩이나 한국 어느 곳에서 유출 의혹이 제기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CT의 다음 시험은 10월에 예정돼 있다.

ACT 외에 강남의 학원가에서 SAT 문제유출 의혹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다.

지난달에도 SAT 기출문제 수년 치가 통째로 유출돼 강남 유명 학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에도 검찰은 SAT 기출문제를 불법 유통한 전문 브로커와 유출된 문제로 강의를 한 서울 강남 등지의 어학원 운영자, 강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SAT, ACT 등의 시험은 이미 제작한 문제를 뽑아서 출제하는 '문제은행' 방식을 사용하므로 기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며 답을 외우면 만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학원가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