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10일 롯데그룹 압수수색은 규모 면에서도 기록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인지수사(검찰이 범죄 단서를 직접 찾아 조사하는 일)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산하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동시에 투입됐다. 한 사건에 두 부서가 한꺼번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두 부서가 각각 롯데그룹의 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진행 중이었다”며 “각자 내사하던 부분에 맞는 혐의를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범죄와 보이스피싱 등을 주로 수사하는 첨단범죄수사1부는 롯데홈쇼핑 인허가 과정을 수사하던 중 이번 롯데그룹 수사에 투입됐다.

압수수색 대상과 동원된 인원도 사상최대 수준이라는 평가다. 검찰은 이날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택 등 17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검사와 수사관 240여명을 동원했다. 수색 대상과 투입 인원 수 모두 최근 들어 없었던 대규모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할 때 동원한 150여명보다 훨씬 많다. 검찰은 2011년 11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SK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할 때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투입했다. 2010년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을 수색할 때는 40여명을 동원했다.

대기업 총수의 자택이 수사 첫날부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도 향후 검찰의 수사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검찰이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혐의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검찰이 수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자택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이재현 CJ 회장 수사 때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이 재청구해 자택을 수색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사정(司正) 국면으로 전환해 정권 후반기 권력 누수현상을 차단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법조 로비 의혹에 휩싸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주식 대박’ 논란을 일으킨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롯데 수사를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리 단서를 잡기 위해 장기간 내사했다”며 “수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