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인 평가에서는 순위가 뒤처졌지만 기업들로부터 후한 평판도 점수를 받은 대학도 있다. 서울시립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립대는 기업체 설문조사를 통한 평판도 조사에서 50개 대학 중 14위에 올랐다. 교육·연구의 질 등을 지표로 조사한 정량평가에선 이보다 18계단 낮은 32위에 그쳤다. 서울시립대는 ‘교육의 질’(16위)이나 ‘연구의 질’(25위)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산학협동 및 기술실용화’와 ‘창업 및 취업 지원’에선 모두 44위에 머물렀다. 대학의 전통적 기능인 교육과 연구 활동에 충실하고, 기업체 임직원의 평판도 좋지만 업체들과의 교류가 약하고 학생의 창업이나 취업 지원에는 소홀했다는 의미다.

산학협동이나 창업·취업 지원은 5개 평가부문 가운데 지표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워 대학의 적극적 개선 노력이 뒤따르면 종합순위가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산학협력과 창업·취업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는 산업계와 사회의 수요 변화에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도 ‘공학 혁신 중심대학’을 기치로 내걸고 공학과 디자인 교육에 힘쓴 결과 정성평가에서 15위를 차지했지만 정량평가에선 45위에 그쳤다. ‘현장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발상을 교육하는 학풍이 높은 평판도를 이끌었다. 하지만 교원 부족으로 정량평가 순위가 낮아졌다. ‘교육의 질’ 부문에서 ‘교수당 학생수’와 ‘교수확보율’ 등은 48위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부산대 경북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의 평판도는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지난해 ‘이공계 대학 평판도 조사’에서 13위이던 부산대는 올해 9위로 올라서며 10위권에 입성했다. ‘실용적인 연구 및 기술개발 역량’을 묻는 부문에선 9위(지난해 16위)로 뛰어올랐다. 경북대의 평판도는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12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특성화대학은 전공 분야 평판도 조사에서 발전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KAIST는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중 평판도가 가장 높았다. 발전 가능성에서 4위, 전공이론 이해 수준과 기술개발 역량에서 5위를 차지했다.

특성화대학 상당수는 ‘연구개발과 기술공헌 등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서 종합 순위를 뛰어넘는 평가를 받았다. 산학협력 특성화대학으로 자리매김한 서울과학기술대는 10위로 종합 순위(15위)보다 다섯 계단,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15위로 다섯 계단, 광주과학기술원은 20위로 13계단을 웃돌았다.

실용적 연구 및 기술개발 역량을 묻는 설문에서도 전체 평판도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과기대는 12위(종합 15위), UNIST는 18위(종합 20위), 금오공과대는 19위(종합 25위)로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