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금 2억으로 올리자 선주들 '계'로 무력화, 외교 압박도 무성과
그물 끊는 해저 갈고리 그나마 '유효'…북한 카드는 관계 개선돼야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주효할 것으로 보고 빼든 카드는 담보금 인상이다.

2012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담보금은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했을 때 법원 판결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데, 그 전에 선주로부터 일종의 공탁금을 받고 어선을 우선 돌려주는 제도다.

선주에게 경제적 압박을 해 불법조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불법 중국어선 수는 2013년(일일 평균) 155척, 2014년 200척, 2015년 256척으로 되레 늘어났다.

중국 선주들은 10∼20명씩 그룹을 지어 평소 '담보금 계'를 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처했다.

해경에 나포되면 공동 적립금에서 담보금을 내준다는 게 해경 설명이다.

해경본부 관계자는 "20명이 공동으로 계를 했다면 나포된 어선 선주가 담보금 2억원을 낼 때 1천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라며 "나포 어선 선원들을 조사할 때 선주들이 흔히 담보금 계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나중에 이를 부담하게 되는 선원들은 단속에 더 거세게 저항하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해경본부가 NLL 해역에 경비세력을 증강 배치해도 중국어선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해경은 3∼4월 대청도에 소형정 1척, 연평도 남방에 중형함정 1척, 연평도에 특공대 방탄리브보트 1척 등 3척을 추가 배치해 경비력을 총 6척으로 늘렸다.

그러나 중국어선들은 NLL 북쪽 북한 해역으로 진입하면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 이를 조롱하듯 NLL을 넘나들며 여전히 불법조업하고 있다.

실제로 서해5도에서 NLL까지 거리는 불과 1.4km∼11km에 불과해 3∼30분이면 NLL로 도주할 수 있다.

해경 경비함이 단속에 나서 북쪽으로 기동하면 그때 도주해도 늦지 않다.

이춘재 해경본부 조정관은 "현장에서 중국어선을 1∼2척 단속하거나 오늘 NLL 위로 밀어 올려봐야 내일 또 내려온다"며 "단속을 강화하겠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안되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중국어선을 NLL 해역에서 몰아내는 좋은 방법으로 남북 공동 단속과 남북 공동조업구역 설정을 제안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007년 남북 정상이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것처럼 서해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공동조업구역이 생기면 남북 합동 단속도 가능해져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폐쇄될 정도로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어민들 사이에선 NLL 해상에 '평화 파시(波市·시장)'를 운영하자는 의견도 있다.

북한 어선의 수산물을 우리 어민들이 사들여 서울 노량진 수산물시장이나 뚝도시장으로 직송하는 방안이다.

박태원 연평면 어촌계장은 "남북 수산 협력교류를 통해 평화 파시를 열면 북한은 어민 수입을 높일 수 있고 우리 어민도 더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게 돼 공동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야 한다.

중국 당국에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는 외교적 노력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정부는 작년 11월 칭다오에서 열린 '제8차 한중 어업문제협력회의'에서 NLL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는 어선에 대해 가시적이고 실효적으로 조처할 것을 중국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불법조업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인공어초다.

예리한 갈고리를 장착한 철재·석재 구조물을 해저에 투하해 장애물을 만들면 바다 바닥에 그물을 내려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어선 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 어민은 중국어선처럼 저인망 방식으로 조업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볼 일이 없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까지 112억원을 들여 서해5도 해역에 불법조업 방지용 인공어초 110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다만, 2013년부터 시작된 서해5도 인공어초 설치 사업이 현재까지 고작 18기만 투하된 점을 고려, 예산 투입 시기를 앞당기고 설치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높다.

인천시는 인공어초 설치에 지원되는 내년도 국비를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