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철강공단 작년 총생산액 전년보다 19% 감소…올해 더 위축
광양·당진 철강업계 자체 구조조정…"포항보다 타격 덜해"
포항 술집·식당 손님 줄어 울상…"철강업체 지원에 최선"

"설마설마한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의 장기간 침체로 50여 년간 국내 산업을 견인한 철강산업이 추락하고 있다.

철강재를 상당수 소비하는 조선과 건설·건축 경기 불황으로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는 매출 감소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항시 남구 호동 포항철강공단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대·중소기업 285곳이 밀집한 국내 최대 철강 산업단지다.

2014년 총생산액 17조590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13조7천680억원으로 무려 19.3% 줄어 철강경기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이 작년 초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간 생산계획은 18조원이었으나 겨우 76% 수준에 그쳤다.

직원 수도 크게 줄었다.

전체 업체 고용인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1만5천369명으로 전년도보다 776명이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갈수록 감원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입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포항세관 통관기준으로 수출은 74억5천200만 달러로 전년도 103억3천500만 달러와 비교해 29억 달러 줄었다.

수입도 62억1천700만 달러로 전년도 99억200만 달러보다 37억 달러나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2억4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도 4억3천300만 달러와 견주어 3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수입액 감소 폭이 수출액 감소 폭보다 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분석한다.

더구나 수입은 20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철강업체 생산량 감소로 원자재 수입량이 줄고 철광석, 석탄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광양제철소도 지난해 판매실적이 2천95만5천t으로 전년도 1천965만9천t보다 6.6% 늘었으나 내수는 801만t으로 8.9% 하락했다.

전체 매출액도 12조1천690억원으로 전년도 13조9천435억원과 비교해 12.7% 줄었다.

철강관리공단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어 사실상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철강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이 없는 한 앞으로 휴·폐업 업체가 속출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철강산업이 기반인 포항 경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철강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9년 포스코가 포항시에 낸 지방세는 918억원이다.

그 뒤 철강경기 침체로 2010년부터 500억원대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24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철강경기가 호전할 가능성이 없어 지방세는 200억원 수준이 계속될 전망이다.

시가 재정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다.

철강업체 직원들이 주머니를 닫자 포항 시내 술집과 식당, 유통업체는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쌍용사거리 일대는 지금은 밤 10시 이후에는 조용하다.

대부분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고 그나마 영업하는 곳도 좌석이 비어 있다.

이곳에서 식당을 하는 조민호(45)씨는 "철강업체 직원은 물론 시민 발길도 뜸하다"며 "5년간 장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손님이 없는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포항과 비교해 광양과 당진 철강업계는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광양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50여개 협력사, 외주사들은 대부분 열연이나 냉연제품을 절단하거나 제철소 정비와 가동에 필요한 기계장치를 만들고 있어 제철소가 가동하는 한 계속 운영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내수 감소로 매출이 소폭 줄었으나 수출로 판로를 돌려 전체적으로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선과 해운업은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과 당진 철강업계는 수년 전부터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제품별 수급 전망, 적정 설비,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담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35개를 매각 또는 청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인수·합병하고 인천공장 설비 일부를 폐쇄하는 등 자체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조선에 들어가는 후판 생산량은 줄었으나 건설과 자동차 강판 실적이 좋아져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포항제강소 내 2후판공장을 폐쇄하고 당진공장으로 후판 생산을 일원화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다만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회사 전망이 불투명한 당진 동부제철은 상당수 직원이 무급 장기휴직 상태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조선, 해운 등 철강수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철강업계도 칼날을 피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기관·단체와 머리를 맞대 철강업체 지원, 신성장사업 육성 등 자구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당진·광양연합뉴스) 임상현 유의주 김재선 기자 sh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