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계 "발기부전치료제 선호 성향에 편승한 것…부작용·오남용 우려"
한미약품 "문제없이 허가받았지만 출시 안 할 것"


고혈압약에 발기부전치료제를 넣어 하나의 약으로 만든 '복합의약품'은 꼭 필요한 것일까?
한미약품의 복합의약품 '아모라필'이 출시도 되기 전에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각기 다른 의약품인 고혈압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를 섞은 복합의약품이 국내에서 허가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고혈압 치료성분인 '암로디핀'(노바스크)과 발기부전 치료성분인 '타다라필'(시알리스)을 섞은 복합의약품 '아모라필정'을 개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아모라필은 암로디핀으로 고혈압을 조절하는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나타날 경우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라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이 복합의약품은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가 발기부전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역시 고혈압과 발기부전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복합제로 허가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타다라필 저용량(5mg)은 매일 먹을 수 있는 약으로 허가돼 있어 만성질환인 고혈압 치료제와의 복합제 허가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우선 발기부전치료제가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기부전치료제가 고혈압치료제와 복합제로 허가받은 만큼 환자들이 해당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편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굳이 발기부전치료제를 매일 먹을 이유가 없다"며 "지속해서 먹어야 하는 고혈압약과 발기부전치료제가 복합제로 나올 경우 일부 환자들이 필요하지 않은 약물을 과다 복용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약품이 발기부전치료제를 유독 즐겨 찾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성향에 편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1천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호황이다.

지난 10년간 발기부전치료제 매출액은 연평균 4.5%씩 뛰었고 처방된 약의 개수는 18.6%씩 늘어나는 등 급팽창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일부 남성들은 발기부전 증상이 없는데도 정력 강화를 위해 발기부전치료제를 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어홍선 대한비뇨기과의사회장은 "고혈압과 발기부전의 복합제는 국내외 어디서도 없는 약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은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고혈압약과 발기부전치료제를 병용 처방받더라도 약 30분의 시차를 두고 복용하라고 권하는 만큼 동시 복용했을 때의 부작용 등은 장기적인 임상을 통해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미약품 측은 아모라필의 허가를 받았지만, 출시 계획은 없다고 항변했다.

또 의사의 처방 아래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므로 오남용 문제를 말하기도 힘들다는 의견이다.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문제에 대해서도 임상 3상 결과, 기존 단일제와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이 회사는 주장했다.

아모라필의 임상 3상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성모병원 등 12개 병원에서 진행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혈압과 발기부전 두 질환 중 하나만 갖고 있다고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 아니므로 오남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아직 출시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불거지는 것과 관련, "해당 약품을 허가하면서 시판 1개월 전에 위해성 관리를 위한 계획프로그램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의약품의 부작용이나 오남용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