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용품값까지 급여 공제"…조선소 노동자의 팍팍한 삶

"기본급은 10%, 수당은 30%가 줄었습니다.

휴업수당도 주지 않고 무급순환 휴직까지 강요하고 있습니다.

"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세계적인 조선 경기 불황속에 높은 구조조정 파고에 직면한 조선업계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민주노총·한국노총·조선업종노조연대가 마련한 '증언대회'에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임금체불, 열악한 노동 환경 등 최근의 고충을 하나둘 열거했다.

강원 고성과 경남 통영의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한 A씨는 "개인에게 지급된 안전용품, 출입증, 식사 비용까지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을 보고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인건비를 제대로 주지 않은 팀장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팀장이 이미 자신 명의의 재산을 부인 앞으로 다 돌려놓아 임금을 받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솜방망이 처벌로 임금체불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졌다"며 "수십 년이 지나도 끊이지 않는 임금체불로 가정이 파탄 나고 국가의 기틀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 조선소에서 일하는 B씨는 "조선 부품을 다단계 하도급업체가 생산하면서 기초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력이 저하된다"며 "임금체불은 빈번하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자체, 정부 등 정치권에 직접고용과 4대 보험 미가입 업체 징벌 등을 10년째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전했다.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C씨는 "올해 들어 조선업계에 불황이 오면서 기본급은 10%, 수당은 30%가 삭감됐다"며 "불법적으로 휴업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무급순환휴직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영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대선노조 위원장은 "조선산업을 살리려면 근시안적인 구조조정이나 일방적인 법정관리가 아닌 정부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에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관련 기업 노조·노동자들의 모임인 조선노연 소속 노동자들이 상경해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새마을금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이날 발표된 조선업 대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일방적 구조조정은 정부 정책과 경영의 실패로 촉발된 조선업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이날 오전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고용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는 기존 정책의 재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노총과 한노총은 9일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 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조선업 현황, 정부 구조조정의 문제점, 조선산업 고용 유지를 위한 대책 등을 논의한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최평천 기자 p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