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촌지 100만원 받은 사립고 교감 '무혐의' 처분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학교운영위원장으로부터 촌지 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립 고등학교 교감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립학교 교사는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행위만 입증하면 뇌물수수죄로 처벌받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는 배임수재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당시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인천지검 형사1부(안범진 부장검사)는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인천 모 여고 A(54) 교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8일 밝혔다.

A 교감은 지난해 10월 28일 인천시 남구 문학경기장 앞에서 1·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학교운영위원장 B(48)씨로부터 50만원이 든 봉투 2개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인천시교육청은 자체 감사를 벌여 지난해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A 교감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올해 2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교감은 검찰 조사에서 "봉투 2개를 받고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교장에게 보고했더니 '돌려주라'고 했다"며 "B씨에게 4차례나 연락한 끝에 결국 봉투를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B씨는 "수학여행 가서 1·2학년 아이들을 잘 돌봐 달라는 의미로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 교감이 사립학교에 재직 중이어서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배임수재죄를 적용하더라도 촌지를 받을 당시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하게 아이들을 잘 돌봐달라는 의미로 돈 봉투를 건넨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판례를 보면 사립학교 교사가 아이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 봉투를 받은 경우 무죄가 선고됐다"며 "A 교감이 돈 봉투를 돌려줬고 수학여행에서 회식비로 쓴 카드결제 내역도 확인돼 무혐의 처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45)가 학부모 2명으로부터 460만 원어치의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 등을 받았다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2년 160만원 상당의 선물을 학부모로부터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공무원 신분인 공립 교사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는 반면 사립 교사에게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촌지를 받을 경우 공립 교사는 직무 관련성과 금품 수수 사실만 입증되면 형사처벌되지만 사립 교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봤는지에 따라 형사 처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법원은 직무 관련성보다 부정한 청탁 행위를 피고인 입장에서 더 까다로운 잣대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