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의견' 수용, 내달부터 철거키로

엇갈린 여론 사이에서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걸린 초대형 태극기를 언제 떼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다음 달로 철거 시점을 정했다.

롯데월드타워 운영사 롯데물산은 지난해 8월초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완공 후 123층) 외벽에 광복절을 앞두고 가로 36m, 세로 24m짜리 초대형 태극기를 붙였다.

태극기 바로 아래에는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 슬로건인 '나의 광복'이라는 문구도 가로 42m·세로 45m 크기로 새겼다.

이후 롯데물산은 태극기를 유지한 채 아래 공간(42m×45m)에만 '통일로 내일로(작년 10월)', '도약! 대한민국'(올해 1월), '대한민국 만세!(3월)' 등의 문구를 차례대로 바꿔 달며 이른바 '나라사항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 문구 하단에는 롯데 엠블렘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4월 4일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는 이 월드타워 외벽 부착물과 관련, 서울시와 송파구에 "옥외광고물법, 건축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민간기업이 영리목적, 인지도 향상 등의 목적으로 국기를 이용하지 말 것을 명시한 국기 훈령 18조에도 맞지 않는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서울시는 같은 달 15일 롯데물산에 공문을 보내 이런 민원 내용을 알리고 "허가(신고) 대상임에도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경우 정비하거나 관계법령에 의한 절차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롯데물산은 문제를 일부 인정하고 5월 8일 우선 월드타워 외벽에서 롯데엠블럼을 지웠다.

바로 다음날인 9일에는 서울시에 "(태극기를 포함해) 월드타워 부착물을 5월 중 모두 철거하겠다.

다만 고층건물 특성상 철거가 지연될 수는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보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태극기 철거 계획이 알려지자, 롯데물산에는 "태극기를 철거하지 말라"는 내용의 다른 시민단체, 일반인들의 문의와 민원이 쇄도했다.

5월 13일 시민단체 '구국채널' 15명은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태극기 철거 금지 및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같은 달 20일에는 시민단체 '엄마부대'가 시청 앞 광장에서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했다.

더구나 같은 달 25일에는 국가보훈처(서울지방보훈처)까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문구를 이달말까지 유지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롯데물산과 서울시에 보냈다.

결국 롯데물산은 당초 약속한 철거 시한(5월말)을 넘겨 이달 말까지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문구를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그대로 두기로 방침을 정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태극기 철거가 한달 정도 늦춰지면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국가보훈처 등의 협조 요청 등을 고려해 공익 차원에서 다음 달 철수를 결정했다"며 "나라사랑 캠페인이라는 순수한 취지로 시작한 일이 의도하지 않게 태극기 철거 논란으로 번져 난감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7월 중에는 7~10일에 걸친 철거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재 태극기와 문구가 부착된 층이 호텔·레지던스 공간이라 어차피 연말 완공 전에는 모두 철거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