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측정 수치 사이트마다 제각각 '혼선'

"어느 곳은 '좋음'이라고 하고, 어디는 '주의'라고 돼 있고…미세먼지 농도, 대체 뭘 믿어야 하나요."

대전시 서구에 사는 김모(42)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기 전 항상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한다.

7일 전세계 대기질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aqicn.org)에 들어가보니 이날 오후 5시 현재 대전지역 농도가 82㎍/㎥로 바깥나들이에 '주의'해야 하는 수준이다.

반면 같은 시각 인터넷 포털의 대전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30㎍/㎥로 '좋음'을 가리키고 있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에 설치한 미세먼지 어플을 확인해보니 두 곳의 대기질 농도도 서로 다르다.

국내 모든 미세먼지 농도 수치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에어코리아'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기반해 산출한다.

그럼에도 사이트마다 다른 이유는 뭘까.

메인 화면에 나와있는 대기 지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인터넷 사이트의 실시간 대기정보 사이트에 노출돼 있는 것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아닌 대기질 지수이다.

통상 AQI(Air Quality Index)라고 부르는데, 각국이 측정한 미세먼지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대기질에 미치는 오염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산출한다.

국가별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오존, 질소산화물 등 4∼5가지의 오염원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2.5) 농도의 비중을 높게 두고 있으나, 중국은 일산화질소 농도, 미국은 MF(질소산화물) 농도에 대해 가중치를 적용한 뒤 자체 산정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산출하게 된다.

국내에도 비슷한 개념의 '통합대기지수'가 있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수치보다 높게 나온다.

에어코리아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만 포털 메인에 노출되는 것이 미세먼지 지수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기상태가 좋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미세먼지만 보여주는 앱부터 통합대기지수를 보여주는 앱까지 다양해서 수치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 기상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www.tenki.jp)의 경우 미세먼지가 아닌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게시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어떤 대기 지수를 게시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산정하는지에 따라 농도가 다르게 나타나 혼선을 빚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본이나 중국에서 운영하는 해외 사이트만 믿겠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가 중국의 사설 민간기관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신뢰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정부가 제공하는 대기오염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세먼지 측정기의 오차율이 높은 데다, 미세먼지 예보에도 오보가 잦다보니 믿음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공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미세먼지 자동측정기 108대 가운데 16%인 17대가 허용 오차율인 1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용하는 초미세먼지 자동측정기 역시 65대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대가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 데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방사능 수치가 실제 측정한 것보다 낮아서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어 아예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나 공기청정기를 구입해 직접 미세먼지 농도를 재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미세먼지 예보는 기상청의 기상정보와 대기의 화학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예보관이 농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면서 "아무래도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운영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40년 이상 운영해온 영국 등 선진국보다는 노하우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