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감리업체서 압수한 답변요령 교육 내부문건 분석
경찰, 체적공간서 재현실험 통해 사고원인 규명 예정

14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붕괴사고와 관련, 감리업체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근로자들에게 말을 맞추게끔 사전에 교육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기 남양주경찰서 수사본부는 감리업체에서 압수한 파일에서 경찰이나 사고위원회 조사에 대비해 답변요령을 교육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문건을 발견해 분석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문건에는 '시공사에서 교육을 했다'거나 '사고 전날 가스 냄새가 없었다'는 등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근로자들끼리 입을 맞추게끔 하는 요령이 포함됐다.

또 경찰에서 조사 받을 때 초기 진술을 잘못하면 나중에 번복하기가 어렵다거나 잘못했다고 봐달라고 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경찰이 지난 3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감리업체 수성엔지니어링 사무실의 한 간부 직원 컴퓨터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문건을 작성한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이 내용을 숙지시켰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건이 이번 사고 이후 작성된 것인지, 여러 공사현장에서 암암리에 널리 사용돼 온 것인지도 분석 중이다.

사전 교육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형 공사현장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기업 윤리마저 져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현장 근로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화재 및 폭발사고 위험이나 가스 누출 유무 확인'과 관련한 안전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협력업체인 매일ENC, 그리고 수성엔지니어링 등 감리업체 3곳을 압수수색해 12GB 분량의 파일과 서류 269점을 확보, 정밀 분석해왔다.

수사본부는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해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계·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사고현장과 동일하게 재구성한 체적공간에서 재현실험을 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7일 오전 현장에서 3차 공기 포집을 했으며 현장을 약 일주일간 더 보존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오전 7시 27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복선전철 주곡2교 하부통과구간 지하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폭발·붕괴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