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천안캠퍼스 전경. 천안시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캠퍼스 전경. 천안시 제공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에 있는 천안은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1번 국도(경기 파주~전남 목포), 고속철도(KTX), 수도권전철 1호선 등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전국 모든 지역을 두 시간 안에 갈 수 있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더해 수도권 규제의 ‘반사 이익’으로 천안으로 향하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 공장을 비롯해 천안과의 경계에 삼성전자 온양반도체, 아산 탕정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이 1990년대부터 잇따라 들어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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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강점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점차 빛을 잃기 시작했다. 구본영 천안시장(사진)은 “시 공무원들이 지리적 장점과 수도권 규제를 피해 내려오는 기업들만 바라보면서 기업 유치 노력을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기업들이 천안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앞장서 기업을 유치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게 구 시장 설명이다.

천안시가 주춤한 사이 아산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도권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2012년 세종시로 정부 기관이 이전을 시작한 것도 천안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충남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 기준으로 1위던 천안시는 2010년 아산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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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취임한 구 시장은 기업 유치를 위해선 공무원들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를 희망하는 기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해당 기업마다 전담 공무원을 붙였다. 구 시장도 직접 기업을 방문하는 등 발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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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LG생활건강 유치다. 이 회사는 2012년 천안시 풍세면 일대 부지를 사들여 공장과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부지가 상수원보호구역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구 시장은 공장 폐수가 특정수질유해물질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폐수 배출 방향도 상수원과 반대편이라는 점을 들어 환경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부지 매입 2년 만인 2014년 천안시와 투자 양해각서를 맺었다. 2018년 12월께 국내 유일의 화장품 전용 산업단지인 LG생활건강 퓨처일반산업단지가 완공될 예정이다.

천안시는 외국인 투자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2014년 이후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독일의 콘티테크, 일본의 베어링 생산 업체 NSK 등 9개 외투 기업과 투자협약 및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인허가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허가민원과’도 신설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처리한 인허가 민원 568건의 처리 기간은 건당 5.8일로 법정처리 기간(건당 11.8일)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구 시장은 “올 연말이면 천안산업단지 입주가 100% 끝날 예정이어서 더 이상 기업이 들어올 공간이 없어진다”며 “시 북부 지역에 신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