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상·허위광고 등 혐의…롯데·홈플 처벌 대상도 곧 결정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7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존 리(48) 전 대표를 재소환해 조사한다고 6일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존 리 전 대표는 지난달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5시간 넘게 조사받은 바 있다.

그는 신현우(68·구속기소)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검찰에 따르면 존 리 전 대표는 가슴통증·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전'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를 상대로 이전 임원진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유해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받았는지, 부작용을 지적하는 소비자 민원이 들어오는 와중에도 제품 판매를 계속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는 1차 조사에서 "제품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재조사를 마친 뒤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존 리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에서는 신 전 대표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56)씨, 선임연구원 최모(47)씨 등 제품 개발·제조 과정에 관여했던 핵심 인물 3명이 모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옥시 제품의 허위 광고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옥시 연 연구소장 조모씨도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주성분으로 하는 옥시 제품은 2000∼2011년 총 600여만개가 판매됐고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181명의 피해자를 냈다.

검찰은 옥시 제품을 베껴 자체 브랜드(PB)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홈플러스에 대한 수사도 사실상 마무리하고 이르면 8일께 과실 책임자들의 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당시 PB 제품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두 유통사의 본부장급 인사와 제품을 실제 제조한 용마산업 대표 등이 거론된다.

롯데마트의 경우 안전성 검사 외주용역을 맡은 미국계 PB 전문 컨설팅업체 데이몬사 한국법인도 처벌 대상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이철우(73) 전 롯데마트 대표와 이승한(70) 전 홈플러스 회장은 제품 개발·판매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