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장수과학연구소, 유럽 34개국 조사 결과

여성의 고위공무원 진출에 제약이 없는 등 성별에 따른 차별이 적은 국가일수록 국민이 '백세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가의 경제력이나 의료수준뿐만 아니라 양성평등과 같은 사회요인이 국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김종인 원광대 장수과학연구소 소장은 유럽 34개국을 대상으로 1975~2010년 유엔(UN)의 연령별 국가인구조사와 1990~2015년 세계은행(World Bank)의 경제사회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케임브리지대학의 국제학술지 '바이오사회과학'(Journal of Biosocial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34개 유럽국가의 65세 인구가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을 분석한 결과 인구 1만명당 평균 28명(여성 42명, 남성 12명)이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1만명당 100세 인구가 가장 많은 장수국가로 64명이 백세인생을 누리고 있었으며 스페인 59명, 덴마크 56명, 아이슬란드 55명이 뒤를 이었다.

그리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웨덴, 영국 등도 100세 생존율이 40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생존율에 따른 '성불평등지수'(GII)를 분석한 결과, 1만명당 100세까지 살아있는 국민이 많은 국가일수록 지수가 낮았다.

성불평등지수는 완전히 평등하면 0점, 완전히 불평등하면 1점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양성평등에 가깝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1만명당 100세 생존율이 56.78명인 덴마크는 성불평등지수가 0.074점, 이탈리아(48.6명) 0.154점, 아일랜드(28.44명) 0.189점을 기록했다.

장수국가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다는 점을 보여주는 '여성의 국회의석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여성 국회의원 수를 보면 덴마크 35명, 이탈리아 22명, 아일랜드 12명으로 100세 생존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많았다.

김종인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양성평등 정책이 노인들이 100세까지 생존하는데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보통 성차별이 존재하는 국가들에서는 복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고 성차별에 따른 스트레스도 심하다"며 "우리나라 역시 성차별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양성평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