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로 은행이 손해배상 청구…수익은 한달치 토지 사용료가 전부

대구 한 사학재단이 민간사업자와 손을 잡고 자산을 활용한 수익사업에 나섰다가 오히려 재단 부실화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탓에 이익은커녕 A사에 100억여원을 대출해준 은행 3곳에게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했다.

사업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5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모 사학재단은 2012년 말 달서구에 있는 교육용 기본재산 4천483㎡를 용도변경해 수익사업에 나섰다.

민간사업자가 BOT(Built-Operate-Transfer) 방식으로 오피스텔 등을 지어 임대수익을 낼 수 있도록 했다.

BOT는 민간사업자가 재원을 조달해 시공하고 일정 기간 사업권을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재단은 해마다 토지 사용료로 5억원가량을 받고 준공 45년 후 건물을 기부채납 받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양측은 사업부지 공시지가의 5%를 토지 사용료로 책정했다"며 "땅값이 오르면 사용료를 인상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고 말했다.

A사는 2013년 4월 건축허가를 받아 1년 2개월여 만에 오피스텔 90실과 상가 15실을 갖춘 지하1층∼지상6·7층 규모 건물 3개를 지었다.

그러나 재단과 A사가 사업비를 조달하려고 해당 토지를 담보로 은행 3곳에서 15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상황이 꼬였다.

사립학교법상 사학재단이 수익용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려면 교육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생략했다.

재단 관계자가 공문서를 위조해 은행에 제출한 사실도 들통났다.

은행 측은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고 재단, A사, 은행 간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결국 수익형 건물은 지난해 초 모두 경매에 부쳐져 최근까지 수차례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받은 토지 사용료는 1개월치 4천800만원이 전부다.

완공 후 한차례 받고 나서 2년 가까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사 대표가 지난해 말 잠적하고 A사와 연락마저 끊어지자 공사대금 등이 재단으로 청구된다고 한다.

건물 세입자에게도 피해가 미쳤다.

건물 운영 주체가 없다 보니 보수·관리가 제대로 안 돼 곳곳에 비가 새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불편을 겪는다.

세입자들이 임대 보증금을 A사에 낸 까닭에 이에 따른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3개 건물 80% 정도가 임대된 것으로 파악한다"며 "문제가 불거진 후 재단이 모두 인수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고 밝혔다.

또 "A사를 상대로 미납 토지 사용료 청구소송을 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suho@yna.co.kr